엎친 데 덮친 격이다.

뉴욕증시의 발목을 잡던 국제유가가 사상 최대폭으로 급등하면서 한바탕 회오리를 몰고 왔다.

여기에 지난 5월 실업률이 5.5%로 발표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R의 공포(경기침체에 대한 공포)'마저 되살아났다.

'I의 공포(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와 경기침체 공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번 주 뉴욕증시는 이 두 가지 공포감이 어느 정도로 확대되느냐에 따라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현재로선 지난 6일 극대화됐던 두 가지 공포 모두 약간이나마 주춤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렇지만 시장참가자들의 심리적 불안감이 워낙 큰 상태라 뉴욕증시가 쉽게 안정될 것으로 속단하기 힘들다.

이번 주에도 가장 큰 관심은 역시 국제유가의 움직임이다.

지난주 한때 배럴당 139달러를 넘어선 상태라 이제 '유가 150달러시대'는 가시권으로 들어와 있다.

현재의 유가 상승 속도라면 하루 만에라도 150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

물론 지난 6일 유가 상승폭이 너무 컸던 데다 고유가로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상승세가 한풀 꺾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렇지만 또 어떤 변수가 나타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 이번 주 내내 지속될 전망이다.

한동안 잠잠했던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가 어느 정도로 번질지 여부도 중요 변수다.

이에 따라 12일 발표될 5월 중 소매판매동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의 동향을 가늠할 수 있어서다.

월가에서는 다행히 5월 소매판매실적이 0.6% 증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달 0.2%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괜찮은 실적이다.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판매실적은 0.7%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발표되는 5월 소비자물가동향도 주목대상이다.

월가에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5%,식품과 에너지를 뺀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2%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한 달 전보다 높은 것으로 어쩔 수 없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12일 발표되는 5월 수출입물가동향도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가늠해볼 지렛대가 될 전망이다.

11일 나올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베이지북도 변수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보름여 앞두고 나오는 베이지북은 미 각 지역의 현장경기를 반영하는 만큼 FRB가 현 경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이와 관련,9일로 예정된 벤 버냉키 FRB 의장의 강연도 눈길을 모은다.

버냉키 의장은 특히 '인플레이션'을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어서 국제유가와 물가상승 압력 등에 대해서도 언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티모시 가이스너 뉴욕연방은행 총재(9일)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방은행 총재(10일) △도널드 콘 FRB 부의장(11일) 등의 연설도 예정돼 있다.

이 밖에도 이번 주에는 △4월 잠정주택판매지수(9일) △4월 무역수지(10일) △4월 기업재고동향(12일) △6월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13일) 등이 발표될 예정이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