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계열사 서바이벌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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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영역 겹쳐도 '캐시카우' 된다면야…
'따로 또 같이' 경영을 내세워 계열사 독립경영을 보장하고 있는 SK그룹이 최근 들어 계열사간 업무 충돌이 빈발,고민에 빠졌다.
SK네트웍스가 최근 중고차 시장 진출을 전격 선언하면서 그룹내 3개 회사가 중고차를 놓고 경쟁을 벌이게 된 게 단적인 사례다.
SK에너지의 사내 벤처회사로 출발,2000년 계열분리한 'SK엔카'가 온라인 중고차매매사업을 하고 있는 데 이어 지난달엔 SK에너지가 자동차 전문 포털사이트 '드라이빙 월드 엔크린 닷컴(www.enclean.com)을 확대 개편하면서 중고차 매매업에 재진출했다.
SK에너지 SK텔레콤 SK네트웍스 등 3개 주력 계열사들은 지난해 말 CIC(회사내 회사) 제도를 도입,사업부별 독립경영체제로 전환한 이후 사내 CIC간에도 동일사업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SK에너지와 SK네트웍스는 중고차 매매업뿐 아니라 앞으로 중국내 주유소 사업을 놓고도 다퉈야 할 판이다.
기업들이 새로운 '캐시카우(cash cow)' 발굴에 사활을 걸면서 동일 사업을 놓고 그룹 계열사간 경쟁을 벌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국내외 경영환경 변화와 함께 지주사 전환,전략기획실(그룹 구조조정본부) 해체 등으로 대기업 그룹사들의 독립경영이 강조되면서 '서바이벌 게임'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SK네트웍스는 2005년 주유소 사업권을 획득,중국의 선양.단둥지역에 6개 주유소를 설치한 데 이어 앞으로 랴오닝 지린 헤이룽장 등 동북3성 지역으로 영업망을 확대할 예정이다.
SK에너지도 이미 중국 주유소 사업의 타당성 검토를 끝내고,베이징 상하이 등에 주유소를 설립키로 하고 중국내 합작 파트너를 찾고 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같은 주유소 사업을 벌이지만,두 회사가 지역을 나눠 공략키로 해 업무 충돌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K네트웍스와 SK텔링크,지난해 SK 계열사로 편입된 하나로텔레콤도 인터넷전화 사업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화학계열사인 SKC는 현재 신사업부를 신설,바이오 주사기 등 시제품을 출시하면서 의약품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이럴 경우 지금까지 의약분야를 강화해 온 계열사 SK케미칼과 앞으로 일부 분야에서 충돌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SK케미칼은 중국의 저장중닝무역공사와 공동으로 합작회사인 '구이린SK중닝생물과기유한공사'를 설립,바이오에너지사업을 신수종사업으로 편입시켰다.
SK케미칼이 100억원을 출자,합작회사 지분율은 65%다.
전략기획실 해체를 선언한 삼성그룹에서도 계열사간 영역충돌이 가시화되고 있다.
화학계열사인 삼성석유화학은 지난해 말 영국 BP사와 합작관계를 청산하고,'제2창업'을 위해 태양광소재인 '폴리실리콘'을 신사업 아이템으로 정했다.
삼성정밀화학도 태양광 소재사업 진출을 검토중이어서 사업 중복이 불가피해졌다.
삼성 관계자는 "업무 충돌이 빚어지지 않도록 관련 회사간 협의를 유도하고 있다"며 "그룹 차원에서 일방적인 교통정리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LG그룹 일부 계열사들도 비슷한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이르면 4분기부터 2.98인치 휴대폰용 터치스크린 패널 사업을 새로 시작할 예정이다.
LG마이크론은 올해 시제품을 내놓기로 하고 터치패널 사업을 준비해와 LG디스플레이와의 경합이 예상된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