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1963년부터 원내에 있었지만 장외투쟁에 성공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김대중 전 대통령,4일 민주당 지도부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정당이 정국을 주도하고 대통령보다 큰 권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국회가 하는 일에 주목해야 한다."(노무현 전 대통령,7일 노사모 정기총회 축사에서)

제1야당인 통합민주당이 국회 등원을 접고 장외투쟁에 나서자 전직 대통령들의 우려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수입 파동으로 촉발된 국정혼란으로 정부 여당의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가운데 야당이 국회를 외면해선 안 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은 "정권퇴진 주장은 헌정에도 맞지 않다"며 촛불시위대의 청와대 행진에 대해서도 자제를 주문하고 나선 형편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자신이 배출한 전직 대통령의 충고마저 일축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쇠고기재협상 선언과 한나라당의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에 대한 합의가 전제되지 않는 한 결코 국회에 등원하지 않겠다"며 촛불집회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시민과 정부가 대립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입지가 좁아진 민주당으로선 다른 선택이 별로 없다는 게 강경론자의 논리다.

한편으론 6ㆍ4 재보선에서 얻은 자신감도 반영된 듯하다.

촛불 집회가 확산된 배경에는 쇠고기 문제 외에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대내외적 경제환경이 악화되면서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만 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서민들의 주요 외식수단인 라면 김밥 자장면 등 생필품 가격이 최근 가파르게 올랐고,ℓ당 2000원이 넘는 기름 값에 화물차와 고기잡이배가 멈춰선 지 오래다.

집회 참가자 중 상당수가 생활고에 대한 한풀이를 위해 거리로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여권의 실정이 서민들의 불만을 폭발시킨 1차적 요인임을 부인할 수 없다.

때문에 새 정부는 출범한 지 100여일밖에 안 됐으나 당ㆍ정ㆍ청 시스템 정비와 함께 청와대 수석 교체,개각 등 대규모의 인적 쇄신을 단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고유가에 따른 민생대책 마련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 같다고 한다.

이 대통령에 대한 신뢰와 기대가 불신과 실망으로 이어진 작금의 사태를 보면 세상만사 오르막이 있으면 반드시 내리막이 있는 법이다.

쇠고기 파문에 따른 반사이익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야당이 등원을 계속 거부할 경우 민생외면의 책임은 결국 부메랑이 되어 민주당 몫(?)으로 돌아올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공교롭게도 민주당이 촛불 집회에 참여하자 쇠파이프와 벽돌이 동원되는 등 폭력적인 양상으로 변질되고 있다.

국민은 안정된 국정운영을 바란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민생문제에 있어선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민주당은 국회의사당으로 돌아와 고물가ㆍ저성장 등 경제살리기 법안 처리에 여당과 머리를 맞대야 한다.

국회는 입법ㆍ재정 등 중요한 일반 국정에 참여하는 권능을 부여받은 기관이기 때문이다.

김형배 정치부장 k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