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형 <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아직 끝은 모르지만 사태의 시작은 비교적 단순했다.

고소영이니 강부자 내각이니 하는 말이 나돌더니 소리없이 광우병괴담이 퍼지기 시작했다.

인터넷 군데군데서 수많은 클러스터들을 할거하던 어린 학생들,블로그와 휴대전화로 무장한 네티즌군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한도전 감수성과 퍼나르기 본능이 그들의 힘이었다.

사태는 흡사 나비효과처럼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경보는 없었다.

설사 있었더라도 신호가 너무 미약했다.

대통령 주위에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경보를 울릴 용기 있는 신하가 없었다.

쫓기다 속까지 다 내주고 만 쇠고기협상은 촛불집회를 불렀고 재보선 참패 등 사태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결국 대통령까지 나서서 쇠고기협정 중 해지고 구멍 난 곳을 이리저리 기웠지만 광장에 모인 촛불들은 여전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국민은 MB의 인사방식이 어떻든 이번 사태를 초래한 책임자들을 문책해 마땅하다는 생각이다.

반응이 없지 않았다.

대통령실장과 청와대 수석들이 사의를 표명했다.

내각 총사퇴가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 와중에 권력 내부로부터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대통령 주변 일부 인사들이 권력을 사유화하고 있다는 정두언 의원의 말은 가히 폭탄발언이었다.

일파만파 쇠고기파동에 따른 인적 쇄신론과 맞물려 정권 내부의 권력투쟁같이 비쳐지는 양상이다.

MB 친위부대들이 재집결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리지만,사람들은 그저 의아할 따름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을 누가 했던가.

노무현 정권의 인사를 '코드인사'라며 비난해 마지않던 사람들이 누군가.

하물며 집권 100일 만에 '권력사유화'는 무엇이고 또 '민비'니 '호가호위 음모의 명수'라니 무슨 말인가.

더욱이 누가 어떻게 잘못했기에 쇠고기파동에 따른 재보선 참패 등 민심이반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인가.

이 또 다른 점입가경 시리즈의 원인에 대한 궁금증은 끝이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7일 쇠고기 재협상을 촉구하는 촛불시위 등과 관련해 "정권퇴진 주장은 헌정질서에도 맞지 않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귀가 번쩍 뜨이는 말이다.

근자에 한 말 가운데 가장 시의적절하고 지당한 말이었다.

그렇지만,이명박 정부가 이번 사태에 대해 철저하고 깊이 반성해야 한다는 게 민심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다시는 그와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말라는 것도 대통령의 촛불민심 완전이해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항목이다.

그렇다면,무책임한 발언이든 또 다른 방식의 권력투쟁이든,일단 정권 내부로부터 그런 문제제기가 있었던 이상,이제 정권 100일 인사 그 자체를 냉철하게 반성해 보아야 한다.

혁신이라는 말조차 쓰지 않으려 한다지만,전임정권이 그렇게 애써 만들고자 했던 인사시스템 혁신작업의 유산을 다시 한 번 챙겨보고 혹 취할 점은 없는지,제대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면 그 원인은 무엇인지,하나 둘 침착하고 근본적으로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청와대 수석을 몇 명 갈고 장관 몇 명을 교체하는 일,유능한 후임을 구하는 일도 중요하지만,목숨을 걸고서라도 주군의 말고삐를 잡으며 세 번 간할 소신 있는 인사들을 찾아낼 수 있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균형잡힌 인사시스템 혁신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더 중요하다.

현실은 쓰고 무자비하지만,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 번 사람을 쓰면 잘 갈지 않는 독특한 인사철학을 견지해 왔다고 한다.

그 자체만으로는 매우 훌륭한 생각이다.

그렇지만 그 '사람을 한 번 쓸 때'가 중요하다.

어떤 사람을 무슨 기준으로 어떻게 찾아낼 것인지가 중요하다.

학습과 자기시정 능력은 정치권력의 경우에도 적자생존의 필수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