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산.경쟁사와 가격차 심화 … "이달중 추가인상 불가피"

포스코 철강제품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세를 지속하고 있는데다 국내외 경쟁회사와의 제품 가격차도 시장 왜곡을 우려할 정도로 지나치게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철강제품 값 인상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하던 포스코 내부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서는 암묵적으로 가격 인상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상한 철강제품 가격

포스코의 열연강판(핫코일) 값은 올 들어 두 차례 올라 현재 t당 7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작년 연말에 비해 35% 가까이 인상된 것이다.

그러나 국내외 경쟁회사 제품은 여전히 포스코 제품에 비해 30% 이상 비싸다.

현대제철의 열연강판 가격은 t당 92만원으로 포스코에 비해 22만원(31.4%) 높다.

해외에서 수입되는 열연강판은 더욱 비싸다.

일본 철강업체는 최근 올 3분기 핫코일 값을 t당 1000달러(약 102만4000원)로 올려달라고 통보한 상태다.

중국 제품조차 포스코 제품보다 30만원 이상 비싼 t당 1080달러의 가격표가 붙어 있다.

선박을 건조할 때 들어가는 후판(厚板)도 포스코 제품이 t당 78만5000원으로 동국제강(101만원)에 비해 20만원 이상 싸다.

중국산 후판은 이달 들어 t당 1300달러(약 133만원)짜리 주문까지 나와 있다.

자동차 등에 들어가는 냉연강판 역시 다른 회사 제품보다 10만원 이상 낮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포스코만 유독 낮은 가격에 철강제품을 공급함에 따라 철강시장의 '가격 신호등'은 이미 고장난 지 오래다.

일부 철강 유통상들이 값을 더받기 위해 포스코 제품을 중국산으로 둔갑시켜 파는 등 왜곡 현상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열연강판을 구입해 형강 등 건축자재를 만드는 중소 철강업체들도 죽을 맛이다.

중국과 일본에서 열연강판을 수입해 사용하는 중소 철강업체들은 포스코 제품을 기준으로 설정돼 있는 납품단가를 도저히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철강제품 가격인상 임박

포스코가 경쟁사들과 달리 철강제품 값 추가 인상을 미뤄온 것은 국내 비판 여론을 의식해서였다.

'리딩 컴퍼니'로서 제품 값을 올릴 경우 예상되는 자동차 조선 등 국내 수요업체들의 강력한 반발과 가뜩이나 불안한 물가를 더욱 자극할 것이라는 지적 등이 운신폭을 좁게 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포스코 내부에서도 '가격인상 불가피론'이 힘을 얻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8일 가격인상 여부를 묻는 질문에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감안할 때 추가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대답했다. 올 들어 유연탄은 200%,철광석은 65% 이상 올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관심은 이제 포스코의 가격 인상 여부에서 떠나 인상폭으로 넘어갔다"며 "포스코가 조만간 t당 15만원 안팎의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라고 설명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