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하노이공항 내 면세점이 자국 통화인 동화(VND) 결제를 거부하고 있어 한국인 등 관광객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5일 사업차 하노이를 방문한 김상건씨(39)는 "한국에 돌아오기 전 남은 동화를 공항 면세점에서 사용하려 했으나 매장에서 달러나 신용카드 외엔 결제를 거부해 어쩔 수 없이 60만동(약 3만8000원)을 들고 귀국해야 했다"고 말했다.

단체관광으로 베트남을 찾은 박선영씨(42)도 "일부 토산품 매장에서 동화를 받아줬지만 시중 환율보다 30% 이상 비싼 정부 고시 환율을 적용해 쇼핑은 '울며 겨자먹기'식이었다"고 토로했다.

정부 고시 환율은 달러당 1만6200동이지만 실제 시장 환율은 달러당 1만8000동으로 차이가 크다.

외국산 초콜릿을 파는 한 면세점은 카운터 뒤편에 아예 '당분간 동화는 받지 않는다(Please not that VND is temporarily unaccepted)'는 안내문을 걸어놓고 영업했다.

명품의류 매장에서 근무 중인 현지인 보띠디씨는 "특히 이달 들어 면세점에 입점한 점포들은 정부 고시 환율대로 동화를 받으면 손해여서 대부분 동화 결제를 거부한다"고 털어놨다.

현지에서 만난 우현식 현대드림투어 실장은 "베트남 경제상황이 안 좋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며 "앞으로 베트남 관광객들에게 동화로 환전하는 것을 유의하라고 당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노이=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