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사이트 '다음'의 토론 게시판 '아고라'가 촛불집회 참가자들의 온라인 소통 공간으로 떠오르며 인터넷 포털업계의 판도 변화까지 예고하고 있다.

단순히 집회 참가자들의 연락망 역할을 하는 데서 벗어나 최근엔 '촛불 정국'을 쥐락펴락할 정도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변화는 그동안 네이버가 철옹성을 구축해 온 포털 사이트 접속 랭킹에서 다음의 추격에 가속도가 붙었다는 점이다.

인터넷 사이트 순위 조사기관인 랭키닷컴에 따르면 지난 5월 초만 해도 200만명(네이버 665만418명,다음 465만9673명)이었던 두 뉴스 사이트의 방문자 수 차이가 이달 2일엔 130만명(네이버 686만1857명,다음 555만277명)으로 좁혀졌다.

집회 참가자와 경찰의 충돌이 빈번해지자 다음 아고라엔 현장 속보,집회 계획,지원 모금 등에 관한 의견이 초 단위로 올라오고 있다.

'다음 아고라'라는 깃발을 든 시위대도 등장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촬영된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 장면을 마치 이번 촛불 집회 때 있었던 것인 양 올리면서 시위대의 반(反) 공권력 감정을 부추긴 사례가 드러나 논란을 빚기도 했다.

경찰로부터 폭행을 당한 여대생이 죽었다는 허위 사실이 퍼지기도 했다.

다음 아고라가 양산한 각종 부작용들은 'e-공론장'이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쟁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민경배 경희대학교 NGO학과 교수는 "잘못된 정보들은 네티즌 집단 지성을 통해 검증 과정을 거치면서 뒤로 빠지거나 묻힌다"면서도 "문제는 인터넷 정보 확산 속도가 워낙 빨라 검증되고 폐기되는 데 걸리는 2~3일의 짧은 시간에도 이미 걷잡을 수 없이 피해를 초래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e-공론장'이 다음 아고라라는 특정 사이트에 집중되는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음 아고라의 상위에 올라가는 토론 글이 도대체 어떤 기준에서 선정되는지 알 수 없다는 것도 문제"라며 "다음도 편집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거나 네티즌 평판 시스템 같은 객관적인 도구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