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에 사는 강모씨(45)는 10년째 치매에 걸린 아버지(85)를 모시고 있다.

처음엔 전화번호를 깜빡하거나 아파트에서 길을 잃는 정도의 가벼운 증상만 보였던 아버지가 지금은 가족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대소변도 가리지 못할 만큼 증상이 악화됐다.

몇 년 전부터 헛것을 보고 놀라더니 최근에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누군가 자신을 해치려는 것으로 오인해 거울을 볼 때마다 공격성을 띠거나 극도의 공포감에 사로 잡히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이 때문에 집안에 있는 거울을 모두 없애기도 했다.

보호자 없이는 단 한 순간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가족들은 고심 끝에 아버지를 보호시설에 모시기로 했다.

하지만 경기도 일대의 요양시설을 두루 수소문해봐도 시설이 낙후한 데다 단지 기억만 없을 뿐 신체가 건강한 아버지를 품위있게 돌봐줄 것이라 확신이 서는 곳이 없어 포기했다.

아버지의 간병은 결국 가족들의 몫으로 고스란히 돌아왔고 연로하신 어머니가 하루 종일 아버지 곁에서 수발을 들고 있다.

강씨는 이러다 어머니까지 건강이 나빠질까봐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치매노인은 40만명 선으로 추산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를 보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치매환자는 2003년 6만여명에서 지난해 14만여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과거에는 노망에 빠졌다며 방치당하던 치매 환자들이 이제는 경제수준 향상과 인식의 개선으로 치료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26만여명의 치매노인들은 의료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또 가족의 기준을 4명으로 잡으면 200만명이 치매로 고통을 겪거나 간병하느라 애를 먹고 있으며 이에 3조4000억∼7조3000억원의 사회 경제적 비용이 발생한다는 게 건보공단의 추산이다.

암환자가 42만여명으로 추산되고 이들의 1인당 1회 본인부담 치료비(수술 한 번 또는 진단ㆍ검사ㆍ입원후 항암제 치료 한 번에 드는 비용)가 500만원을 넘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와병기간이 긴 치매는 가족들에게 암보다 더 무서울 수 있다는 게 당사자와 보건당국의 일치된 생각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국내 역학조사에서 65세 이상 노인 중 치매 환자 비율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1991년에 11.3%(경북 영일군 조사)이던 치매 유병률은 1998년에는 9.5%(경기도 연천군 조사),2002년 8.2%(서울 관악구 조사),2005년 5.5%(경기도 성남시 조사)로 점차 낮아졌다.

지역과 경제력의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어떤 난치성 질환이든 위험을 인식하고 예방과 조기치료에 나선다면 환자 발생을 감소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치매는 나이가 들수록 유병률이 높아진다.

전세계적으로 65세 이상 노인의 5∼10%가 치매에 걸려 있다.

이를 연령별로 구분하면 65∼69세에선 2∼3%이던 유병률은 70∼74세엔 4∼6%,75∼80세엔 8∼12%로 증가하다가 80세 이상이 되면 20%를 넘어버린다.

이런 고령화의 늪에서 벗어나려면 젊어서부터 왕성한 지적 취미활동을 해야 한다.

뇌를 충분히 쓰지 않으면 정신능력이 퇴보한다.

다양한 일에 흥미를 보이는 사람은 치매에 걸릴 확률이 낮다.

물론 은퇴 후에 지적 활동을 왕성하게 한다고 해서 온전히 치매가 예방되는 것은 아니지만 반대로 '너무 많이 생각한다'고 해서 치매에 걸린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절제된 생활이 요구된다.

뇌혈관장애로 생기는 혈관성 치매는 남성이 여성보다 1.5∼2.5배 유병률이 높다.

남자가 흡연 과음 스트레스로 고혈압 뇌졸중 심장병에 걸리는 비율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연 절주를 실천하고 규칙적인 운동과 저지방ㆍ저염분ㆍ도정하지 않은 곡류 위주의 식사습관으로 혈관을 맑고 탄력있게 유지해나가야 한다.

조기치료에 나서야 한다.

뇌에 베타-아밀로이드 같은 독성물질이 쌓이는 알츠하이머병 치매는 거꾸로 여성이 남성보다 2배 많다.

원인이 워낙 복잡다단하고 혈관성 치매보다 난치성이긴 하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15∼20%가량은 약물치료를 통해 치매가 고착화되는 것을 미연에 막을 수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도움말=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

김영인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신경과 교수

재미로 보는 치매의 발병 가능성은?

◆치매 발병 가능성이 높은 성격은

1.차근차근하고 꼼꼼한 성격

2.꽁한 성격에 이성에 대한 관심 부족

3.겉보기에만 좋은 사람

4.멋내지 않고 의심많은 사람

5.외로움을 잘 타고 속기 쉬운 성격

◆치매 발병 가능성이 낮은 성격은

1.큰 소리로 웃는 사람

2.바람둥이에 섹스 광

3.지기 싫어하는 성격

4.간섭하기 좋아하는 잔소리꾼

5.매사에 로맨틱한 사람

◆치매 발병 가능성이 높은 가정 및 가족

1.며느리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시어머니

2.가장을 아들에게 넘겨준 아버지

3.배우자와 사별한 사람

4.속옷에서 넥타이까지 아내에게 맡긴 남편

5.교사 공무원 사무직 운동선수 등의 가정

◆치매 발병 가능성이 낮은 가정 및 가족

1.인간 됨됨이가 나쁜 자녀를 둔 부모

2.바람 피우거나 어린 배우자와 사는 사람

3.동네일을 솔선해 맡는 사람

4.아파트나 맨션보다 단독주택에 거주

5.정치가 만담가 예술가 영업직 등의 가정

출처:'치매를 물리치는 89가지 비밀'(후레디 마츠카와 저,동인 간)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