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이 우울하게 시작됐다.

사흘 간의 달콤한 연휴를 보내고 돌아왔지만 투자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유가급등세와 고용부진으로 미국 증시가 3% 이상 급락세를 보였다는 '가슴 아픈' 소식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개장하자마자 코스피 지수는 40P이상 큰 폭의 갭하락으로 출발하며 1780선까지 밀려났다. 놀란 투심이 다소 진정되며 1790선까지는 회복했지만 여전히 분위기는 좋지 않다.

대우증권의 이경수 애널리스트는 “현재의 유가는 매우 위협적인 수준”이라며 “실물 수급보다 투기나 달러 약세, 지정학적 위험 부각 등 외부 변수로 많이 오른 수준인 데다, 주요국들에서 곧 관련 대책들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이번 주를 유가급등세의 최대 고비로 봤다.

9일 오전 11시 32분 현재 수급을 들여다 보니 급락세를 틈타 개인의 매수세가 두드러지는 것이 눈에 띈다. 외국인이 1014억원 순매도하는 가운데, 개인이 606억원 순매수, 기관이 20억원 순매수를 기록중이다.

배럴당 138달러대에 들어선 유가가 충격적이지만, 고유가 추세 자체는 새로울 게 없는 뉴스이긴 하다. 그러다 보니 여기에 주목한 일부 용감한 개미들이 저가 매수 기회를 잡으려 용감하게 결단을 내리고, 시장과 정면 승부에 나서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런데 지금은 승부에 나서기에는 적절치 않은 시기로 보여 우려된다.

이날의 수급과 관련해 대우증권의 이 애널리스트는 “국내 투자자들의 순매수는 그 동안 급락이 매수기회라는 학습효과 때문인 것 같다”면서 “기관이 순매수를 하고는 있지만 규모가 크지 않은 것은 그 만큼 자신감이 없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외국인들은 해외 사정을 직접 접하는 만큼 상황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어 매도우위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불확실성이 팽배한 상황에서 굳이 섶을 지고 불 속으로 뛰어들 이유는 없다”며 “당분간 시장을 관망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럼에도 이렇게 '위험한 투자'에 나서는 것을 보면, 시장 어딘가에 믿을 구석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이런 상황을 매수기회라고 하는 전문가도 없는 것은 아니니까.

이날 시장을 버텨주고 있는 개미들의 '용기'에 일단 주목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 결과도 좋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한경닷컴 이혜경 기자 vix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