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인플레이션 차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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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많은 사람들이 지금을 '중국의 황금시대'라고 말한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두자릿수의 성장률을 만끽한 중국 경제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갈수록 심화되는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중국의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8%를 넘어섰다.
이처럼 높은 인플레이션율도 실제 시장에서 체감하는 물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에너지 가격 문제는 특히 심각하다.
중국의 유가는 정부 통제에도 불구,지난해 11월 이후 35%나 올랐다.
유가가 치솟으면서 가격이 오르기 전에 기름을 넣으려는 사람들이 주유소 앞에 길게 늘어서 있다.
당국자들도 인플레이션 문제의 중대함을 서서히 깨달아 가고 있다.
하지만 물가 상승을 공급 측면의 문제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 물가 상승엔 통화량 공급 증가에 따른 유동성 문제가 한 요인인데도 말이다.
문제는 당국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이나 위안화 절상 등 강력한 대책을 좀처럼 쓰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기엔 성장률이 다소 하락세를 겪는 지금은 강력한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을 쓸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실제로 중국의 지난 1분기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21% 늘어났지만 대미 수출 증가율은 0% 수준으로 떨어졌다.
유럽으로의 수출도 위축되고 있다.
게다가 당국은 금리 인상이 국제 핫머니의 중국 유입을 가속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 1분기 해외에서 중국으로 유입된 자금 규모는 2000억달러에 달한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최소한 절반은 핫머니로 판단된다.
외환 정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접근법도 마찬가지다.
2005년 7월 외환 개혁 이후 위안화 가치는 유로화에 대해 6.5% 올랐다.
지난해 위안화 가치는 4% 상승하는 데 머물렀다.
수출과 핫머니 등에 대한 우려로 당국은 위안화의 급속 절상을 용인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러나 금리 인상이나 위안화 절상이란 칼을 빼지 않는다면 인플레이션에 맞서 싸울 변변한 무기가 없다.
당국은 현재 금리 인상을 자제하는 대신 은행 대출을 억제하는 입장이다.
대출 억제는 중국 내 대규모 투자를 위해 돈이 필요한 수많은 기업들을 어렵게 만든다.
더욱이 대출 증가율은 여전히 14%에 달하는 데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 대출이자는 0% 수준이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대출 자금도 폭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 대출 증가 규제는 별다른 약효를 발휘할 수 없다.
중국은 더 과감하게 인플레이션과 맞서 싸워야 한다.
현재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은 고통스럽지만 견딜 만한 상황이다.
하지만 시기를 놓친다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게 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중국의 성장률은 여전히 높다.
금리 인상이나 위안화 절상이 경제에 경착륙을 몰고 올 것이란 주장은 과도한 노파심에 따른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이미 경제의 구석구석에 퍼져 있다.
중국의 황금 시대는 위협받고 있다.
중국 정부엔 어려운 결정의 시기다.
정리=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
◇이 글은 중국 상하이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의 스테펀 그린 중국 리서치 소장이 '인플레이션 차이나'란 제목으로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을 '중국의 황금시대'라고 말한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두자릿수의 성장률을 만끽한 중국 경제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갈수록 심화되는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중국의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8%를 넘어섰다.
이처럼 높은 인플레이션율도 실제 시장에서 체감하는 물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에너지 가격 문제는 특히 심각하다.
중국의 유가는 정부 통제에도 불구,지난해 11월 이후 35%나 올랐다.
유가가 치솟으면서 가격이 오르기 전에 기름을 넣으려는 사람들이 주유소 앞에 길게 늘어서 있다.
당국자들도 인플레이션 문제의 중대함을 서서히 깨달아 가고 있다.
하지만 물가 상승을 공급 측면의 문제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 물가 상승엔 통화량 공급 증가에 따른 유동성 문제가 한 요인인데도 말이다.
문제는 당국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이나 위안화 절상 등 강력한 대책을 좀처럼 쓰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기엔 성장률이 다소 하락세를 겪는 지금은 강력한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을 쓸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실제로 중국의 지난 1분기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21% 늘어났지만 대미 수출 증가율은 0% 수준으로 떨어졌다.
유럽으로의 수출도 위축되고 있다.
게다가 당국은 금리 인상이 국제 핫머니의 중국 유입을 가속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 1분기 해외에서 중국으로 유입된 자금 규모는 2000억달러에 달한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최소한 절반은 핫머니로 판단된다.
외환 정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접근법도 마찬가지다.
2005년 7월 외환 개혁 이후 위안화 가치는 유로화에 대해 6.5% 올랐다.
지난해 위안화 가치는 4% 상승하는 데 머물렀다.
수출과 핫머니 등에 대한 우려로 당국은 위안화의 급속 절상을 용인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러나 금리 인상이나 위안화 절상이란 칼을 빼지 않는다면 인플레이션에 맞서 싸울 변변한 무기가 없다.
당국은 현재 금리 인상을 자제하는 대신 은행 대출을 억제하는 입장이다.
대출 억제는 중국 내 대규모 투자를 위해 돈이 필요한 수많은 기업들을 어렵게 만든다.
더욱이 대출 증가율은 여전히 14%에 달하는 데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 대출이자는 0% 수준이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대출 자금도 폭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 대출 증가 규제는 별다른 약효를 발휘할 수 없다.
중국은 더 과감하게 인플레이션과 맞서 싸워야 한다.
현재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은 고통스럽지만 견딜 만한 상황이다.
하지만 시기를 놓친다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게 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중국의 성장률은 여전히 높다.
금리 인상이나 위안화 절상이 경제에 경착륙을 몰고 올 것이란 주장은 과도한 노파심에 따른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이미 경제의 구석구석에 퍼져 있다.
중국의 황금 시대는 위협받고 있다.
중국 정부엔 어려운 결정의 시기다.
정리=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
◇이 글은 중국 상하이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의 스테펀 그린 중국 리서치 소장이 '인플레이션 차이나'란 제목으로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