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껏 놀아보라'는 것이 우리 팀에 떨어진 주문이었습니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사업 아이디어를 내려면 경험과 사고의 폭부터 넓혀야 한다'는 이유에서죠.요즘 보령의 10년 후 '먹거리'가 우리 손에 달렸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놀고 있습니다."(백준호 팀장)

보령제약그룹이 평균 나이 31세의 주니어 직원들로만 구성된 신사업 개발팀을 발족했다.

일부 게임업체들이 유사한 조직을 만든 적은 있지만,보수적인 제약업계에서 이처럼 파격적인 '실험'을 하기는 보령이 처음이다.

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보령제약그룹은 지난 4월 중장기 신사업 개발을 담당하는 부서인 '빅뱅팀'을 신설했다.

김은선 부회장(사진)이 "제약산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지금부터 새로운 성장동력을 준비해야 한다"며 직접 설립했다.

창업주 김승호 회장의 맏딸인 김 부회장은 보령제약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국내 대표적인 2세 여성 경영인이다.

김 부회장은 변화와 혁신을 유도하기 위해 팀원은 물론 팀장까지 대리 이하 '젊은 피'로만 구성했다.

특정 분야에 아이디어가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각 계열사에서 서로 다른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들을 선발했다.

그룹 IT(정보기술) 계열사인 비알네트콤에서 기획업무를 담당하던 백준호 대리(빅뱅팀 팀장ㆍ33)와 보령제약 특허팀의 이승호 대리(33),보령메디앙스 부설연구소의 전용석 대리(33),보령제약 시장조사팀의 최효원 주임(29),보령수앤수 마케팅지원팀의 김혜진 사원(27) 등 5명이 빅뱅팀에 합류했다.

이들이 부여받은 '임무'는 기존 임직원들이 생각할 수 없는 참신한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는 것.일하는 방식도 일반 직장인과는 다르다.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하루 종일 친구들을 만나거나 서점에서 책을 읽어도 된다.

복장은 물론 출퇴근 시간까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도록 김 부회장이 배려해준 덕분이다.

일주일에 한 번 김 부회장과 갖는 미팅에서 머릿속에 담았던 아이디어를 발산해내면 그만이다.

실제 이들은 사무실 대신 '리움'미술관과 북악산 팔각정을 찾았고,팀 단합을 위해 경인TV에서 주최하는 '퀴즈 미인' 프로그램에 나가 우승하기도 했다.

백준호 팀장은 "회의를 할 때마다 '심야 미용실을 차려보자''당뇨병 환자용 간식을 만들어보자''발뒤꿈치에 붙이는 밴드를 개발해보자' 등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온다"며 "당시에는 황당했던 발상들이 10~20년 뒤에 히트상품이 된 것처럼 빅뱅팀이 던지는 거친 아이디어들도 훗날 보령을 먹여살릴 밑거름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