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동안 살다가 마음에 들면 중도금을 내세요."

만성적인 미분양으로 자금난이 심화되자 한 채라도 더 팔아보려는 주택건설업계의 '울며겨자먹기식'마케팅이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비공식적인 '땡처리' 외 '중도금 무이자 융자'는 기본이고 다양한 옵션제공 등으로 사실상 분양가를 20% 이상 깎아주고 있다.

또 입주해 1년쯤 살다가 중도금을 내도록 하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엠코가 울산 남구 신정동에 짓는 '울산 엠코타운'은 일부 저층 물량에 한해 입주 후 1년간 중도금 납부를 유예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는 울산 문수로 2차 아이파크는 계약금 5%,중도금 1년 무이자,1년 후 입주시까지 이자 후불제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광주광역시의 경우 중흥S클래스 등 수완지구 내 아파트업체 11개사는 중도금 무이자 대출과 대출이자 대납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이와함께 취득ㆍ등록세 지원,분양가 5~10% 인하 등의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분양조건 변경으로 이자비용 절감 등을 통해 실수요자들은 500만∼1500만원까지 할인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지역의 한 주택건설업체 관계자는 "중도금 무이자 비율을 80% 늘리면 업체 부담은 2배 가까이 늘어나고,계약금을 뺀 모든 분양대금을 잔금 때 받으면 사실상 2년여 동안 자금이 묶이기 때문에 파격 분양은 입주민들에게 좋을지는 몰라도 건설업체에는 제살 깎아먹는 전쟁"이라고 말했다.

마케팅 전쟁이 치열해지면서 새 기법들도 등장하고 있다.

울산에서 아파트를 분양 중인 월드건설은 작년 2000여가구의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빚었던 울산 월드시티에 대해 '권유마케팅'을 활용,계약률을 58%까지 끌어올렸다.

기존 계약자가 신규 계약자를 유치하면 사례비 차원에서 소개한 사람에게는 50만원,소개를 받아 계약한 사람에게 50만원을 분배하는 방식이다.

이 회사의 장해주 이사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권유마케팅을 시도했는데 반응이 괜찮다"며 "계약자들이 스스로 판매에 적극적이다 보니 효과가 더욱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지역 건설업체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웬만한 조건이나 이벤트가 아니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힘들다"며 "재미있는 이야기로 1000일 밤 동안 죽음을 유예시킨 아라비안나이트의 세헤라자드처럼 '관심을 끌지 못하면 죽음'이란 절박한 심정으로 고객잡기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백창현/광주=최성국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