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1,780∼1,720까지 하락할 수도"

국제유가가 배럴당 140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면서 코스피지수가 9일 장중 1,780대까지 떨어졌으나 저가매수로 1,800선을 지켜냈다.

미국 5월 실업률이 예상치를 웃돌면서 뉴욕 증시가 급락세를 보인 것도 이날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유가 수준이 장기상승 추세를 훼손할 정도는 아니지만 단기적으로는 1,700대 중반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지난주 말 대비 23.35포인트(1.27%) 내린 1,808.96에 마감했다.

◇ 고유가 쇼크에 증시도 `휘청' =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국제유가가 회복세로 돌아서는 듯 했던 우리 증시에 찬물을 끼얹었다.

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는 장중에 배럴 당 사상 최고가인 139.12달러까지 치솟으면서 배럴 당 140달러 돌파를 가시권으로 끌어들였다.

WTI는 또 이날 거래를 전날 종가에 비해 10.75달러, 8.4% 폭등한 배럴 당 138.54달러에 마쳐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도 함께 갈아치웠다.

하락세로 돌아서는 듯 했던 유가가 다시 반등함에 따라 인플레이션 우려가 재차 부각되면서 증시에 충격파를 던졌다.

현대증권 배성영 연구원은 "유가 급등과 신용위기라는 두 가지 불안요인이 계속해서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유가 급등이라는 난제가 풀리지 않는 한 글로벌 증시는 당분간 어려운 행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주형 동양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고유가로 인한 인플레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증시도 인플레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아울러 선물옵션 만기일을 앞두고 차익거래 청산물량에 대한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고, 12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별다른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도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 "당분간 관망" vs "저가매수 유효" = 전문가들은 최악의 경우 1,720대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 가운데 당분간 국내 증시도 조정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이는 만큼 관망세를 취하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주장과 1,800선 이하에서는 적극적인 저가매수 전략을 취하는 것이 유리하는 입장으로 의견이 갈렸다.

우리투자증권, 신영증권, 메리츠증권 등이 지지선을 1,770~1,780으로 제시하고 있는 가운데 대우증권은 1,750, 동양종금증권은 1,720까지도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성급한 매수보다 1,700선 중반까지 기다리는 전략을 권한다.

매수에 앞서 유가 변동성 하락, 미국 장기금리 상승, 엔화 대비 원화의 상대적 강세 현상 개선 등 3가지 지표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주가가 1,530에서 1,900까지 350~370포인트가 올랐는데, 이 중 ⅓ 정도의 조정은 언제든 있을 수 있다.

이동평균선이 지나가고 있기 때문에 이 선에서 지지력이 있다고 본다"며 관망세 전략에 무게를 뒀다.

김 팀장은 ▲유가의 150달러 돌파 ▲ 새 정부의 성장지향 정책이 인플레이션 확산과 노사간 분배 갈등으로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경제 주체간 협력을 파괴하는 경우 ▲미국 금융 기관의 실적 손실이 1분기보다 악화하는 경우 등 3가지 악재가 겹칠 경우 지수가 1,770선 이하로 추락할 가능성을 예상했다.

동양종금증권 김 팀장은 "글로벌 증시 전반의 인플레 부담, 실세금리 상승과 주식투자 메리트 반감, 국내기업 이익모멘텀의 둔화 등을 감안하면 당분간 조정압력이 우세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기적으로는 1,780선이 지지선으로 작용하겠으나 단기반등 후 1,720까지 추가조정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반면 1,800선 이하에서 적극적인 저가매수전략에 나설 필요도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이번 주 쿼드러플 위칭데이 이후 증시가 점차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1,800선 이하에서는 주식 매수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나대투 김영익 리서치센터장도 "단기적으로 매매공방이 지속하겠지만 추세적으로 종가 기준 1,800대를 이탈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저가분할 매수전략이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 심재엽 팀장도 "수급상 쿼트러플위칭데이 도래에 대한 부담은 있지만 기술적으로 1,770~1,780이 지지선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저가 매수 전략을 권했다.

◇ "유가 100달러 내외로 하락 가능성도" = 유가가 조만간 100달러 내외로 안정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증시의 장기상승 추세는 훼손된 것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동양종금증권 이철희 연구원은 "선진국은 2년째 유류 소비 감소가 나타나고 있고 아시아 신흥국도 가격인상에 따른 수요감소가 예상된다.

중국도 올림픽 이후 가격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유가가 100달러 이하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증권 이상재 연구원은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7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 유가 급등의 발단"이라며 "이번 일은 유가상승의 배경이 유로화 강세에 기인한 투기수요임을 확인시켜준 만큼 국제유가가 하반기 중 100달러 내외로 하락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반면 푸르덴셜증권 이영원 애널리스트는 "세계 석유시장이 공급 측면에서 비탄력적인 대응능력으로 인해 현재의 가격 상승세가 좀처럼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가격의 조정은 본격적인 수요의 조정이 시작되는 시점에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배럴당 150달러도 멀지 않았다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도 이날 유가가 미국의 낮은 재고 등으로 올 여름 배럴당 150달러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anfou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