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사 부품단가 낮추는 방식탈피 … 高연비 기술개발

설계때 비용감축 … 생산설비는 통합

고(高)원가 시대가 정착되면서 기업들의 비용 절감과 부품 조달 전략이 달라지고 있다.

제품 설계나 디자인 단계부터 협력업체와 머리를 맞대거나,저(低) 비용구조로 설계 방식을 전환하는 등 '소프트 경쟁력'을 확보하는 쪽으로 원가절감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협력업체와 협의하라


현대자동차 신차 개발의 산실인 남양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정훈희 선임연구원(35)은 신제품 개발회의 일정이 잡히면 협력회사에 전화를 걸어 "회의에 참석해 달라"고 독려하고 있다.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는지를 협력사 연구.개발(R&D) 담당자나 구매 담당자들로부터 미리 듣기 위해서다.

회사 관계자는 "원가의 80%가 설계 단계에서 결정돼 그 이후에는 비용을 아무리 줄이려고 해도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신제품 개발단계부터 원가절감 활동을 벌임으로써 올해 6000억원가량의 비용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줄이고 합쳐라

LG전자는 휴대폰 '플랫폼'에서 원가절감 아이디어를 찾았다.

플랫폼이란 휴대폰에 들어가는 90%의 부품을 하나의 모듈로 묶은 '반제품 휴대폰'이다.

플랫폼에 들어가지 않는 10%만 변화를 주면 새로운 휴대폰이 만들어진다.

LG전자는 생산 지역에 따라 제각각이던 플랫폼을 통합,2005년 120개에 달하던 플랫폼 수를 지난해 90개까지 줄였다.

휴대폰 1개 모델만을 생산하던 라인에서도 다른 휴대폰을 만들 수 있도록 '공용 팔렛'시스템도 새로 도입했다.

회사 관계자는 "플랫폼 개수를 줄이는 방법으로 모델당 50억~100억원이 소요되던 제품 개발비용을 대폭 절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 원가절감 '발상의 전환'
◆연비를 향상시켜라

조선업계는 선박을 발주하는 선주들이 기름이 덜 드는 선박에 관심을 보이자 고연비 선박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STX조선은 2만2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기술 개발때 프로펠러가 한 개인 모델과 두 개인 모델을 각각 만들었다.

대형 컨테이너선엔 보통 프로펠러가 두 개 장착되는데,이를 한 개 줄이면 기름값을 40% 정도 절감할 수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엔진을 바꿨다.

필요할 경우 디젤연료와 전기를 번갈아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연료 효율성을 10% 이상 높였다.

현대중공업은 이 같은 방식의 엔진을 연간 100대가량 생산해 선주들이 유가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은 최적 항로를 자동으로 찾아주는 자동운항제어기기 등 디지털 기술을 개발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배의 엔진에서 나오는 배기가스를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약 6% 정도의 연료를 아낄 수 있도록 했다.

◆원가절감형으로 설계 바꿔라


삼성전자 프린터사업부는 레이저 프린터의 설계를 변경해 모터수를 줄임으로써 전기를 아낄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 LCD총괄은 디스플레이를 구동하는 칩을 LCD(액정디스플레이) 안에 넣었다.

LCD 패널 수요자인 TV업체들이 구동칩을 별도로 내장하지 않아도 되게 함으로써 생산비용을 줄인 것.

삼성전자 정보통신 총괄은 휴대폰 생산 방식을 아예 바꿨다.

여러 사람이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늘어서 있다 부품을 끼워넣는 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한 사람이 하나의 휴대폰을 처음부터 끝까지 만드는 셀(cell) 생산방식으로 전환했다.

회사 관계자는 "생산 라인당 8~9명이 하던 일을 1~2명으로도 해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현예/유승호/안재석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