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는 1~2개월 만에 의사 결정을 끝내고 투자에 나선다.

LCD(액정) TV 등에서 한국이 일본을 앞지른 건 스피드 경영 때문이다.

일본 기업은 더 노력해야 한다."(마쓰토모 야스히 일본 치소 액정사업부장)

9일 낮 일본 도쿄 시내 뉴오타니호텔 연회장.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이 한국과의 비즈니스 애로를 듣기 위해 일본 기업인 9명을 초청한 간담회였지만 한 참석자는 한국 기업 칭찬에만 열중이었다.

다른 참석자들도 정부 규제라든지,노사 관계와 같은 '진짜 애로'는 입 밖에 꺼내지도 않았다.

"제품 끝마무리를 좀 더 잘했으면 좋겠다"(다카히로 도쿄전력 조달센터 소장)거나 "거래 기업 사장이 자주 바뀌어 신뢰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히사노리 미쓰비시상사 부사장)는 등이 전부였다.

이 장관도 "기대했던 쓴소리가 나오지 않아 큰 도움은 되지 않은 것 같다"고 농담 했을 정도다.

대놓고 상대방에게 불편한 소리를 하지 않는 일본인들의 성격 탓이 클 것이다.

더구나 일본 기업 입장에선 한국에 굳이 애로를 토로할 필요를 못 느꼈을 수도 있다.

한국이 맘에 들지 않으면 그냥 조용히 떠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한국 말고도 투자하거나 부품을 수입할 나라는 줄을 서 있다.

일본 기업들은 최근 인플레로 임금이 뛰고 노사 분규가 빈번해진 중국과 동유럽 등에서 공장을 철수하고 있다.

중국 광둥성에 공장이 있는 전자부품업체 TDK는 임금이 매년 두자릿수로 오르자 1만5000명을 내년 3월까지 감축키로 했다.

동유럽에서 자동차용 와이어 하네스를 생산하고 있는 스미토모전기공업도 현지 임금이 크게 오르자 공장을 북아프리카로 옮길 계획이다.

그들이 철수에 앞서 현지 정부에 애로를 호소했다는 얘기는 없다.

우리의 약점은 우리가 가장 잘 안다.

높은 인건비,강성 노조,시시콜콜한 정부 규제 등 한국 기업들이 느끼는 경영 어려움은 그대로 외국 기업에도 적용된다.

외국 기업의 애로를 들으려는 노력도 좋지만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약점부터 개선하고,다른 나라보다 더 나은 투자 환경을 만들려는 게 훨씬 더 중요하지 않을까.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