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쌀이 일반 식당을 중심으로 무섭게 파고들고 있다.

최근 천정부지 물가 상승으로 국내산 쌀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수입쌀을 선호하는 외식업소들이 늘고 있기 때문.

9일 농수산물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수입될 쌀 물량은 지난해(24만5922t)보다 8% 늘어난 26만6270t이지만 이 가운데 밥쌀용은 4만7928t으로 39.2%(1만3499t)나 급증할 전망이다.

이미 올 1~5월 중 밥쌀용 수입물량이 4만284t으로 수입 예정물량의 84%를 소진,수입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서울 양재동 양곡시장 관계자는 "과거 수입쌀은 냄새가 난다고들 했지만 요즘에는 가격이 싸고 밥맛도 국내산 못지않아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말했다.

예전에 주정,쌀과자 등의 원료인 가공용 쌀만 들어오던 데서 일반 식탁에 오르는 밥쌀용까지 들어오면서 상황이 바뀐 것이다.

수입쌀의 강점은 국내산 쌀에 비해 최대 1만원가량 저렴(1등급.20㎏ 기준)하면서 품질도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양재동 양곡시장에서 중국산 쌀(1등급.20㎏)의 도매 가격은 지난 2일 3만740원,같은 기준 미국산은 3만1340원이었다.

이들 제품과 품질이 비슷한 국내산 쌀(전라미)은 4만원에 거래됐다.

경기도의 A외식업체 관계자는 "국내산과 수입쌀의 한 포대(20㎏) 납품 가격이 1만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며 "하루 평균 200㎏의 쌀을 소비하는데 수입쌀을 쓰면 하루 10만원,한 달에 300만원가량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명동의 B분식점 점주는 "최근 식재료비 등이 크게 뛰어 국내산 쌀로만 음식을 만들기 힘들다"며 "중국산 쌀로 만든 밥맛이 국내산과 거의 차이가 없어 주변 음식점 중에 아예 중국산 쌀만 사용하는 곳도 있다"고 귀띔했다.

미국산 쌀도 가격 대비 품질이 좋아 도매시장에 나오면 바로 팔린다.

쌀과자가 주력제품인 식품업체 기린은 지난달 총 100t의 가공용 수입쌀을 원재료로 사용했다.

기린 관계자는 "중국산 쌀을 이용해 엄격한 자체 위생기준으로 쌀과자 등을 만들고 있는데,수입쌀이 품질도 좋아져 앞으로 이와 비슷한 물량을 계속 들여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밥쌀용 수입쌀은 세계무역기구 도하라운드 협상에 따라 2005년부터 전체 쌀 의무수입물량(MMA)의 10%를 시작으로 해마다 4%포인트씩 늘어나 올해 22%까지 수입이 가능하다.

2010~2014년에는 MMA의 30%(연 12만여t)까지 수입할 수 있다.

농수산물유통공사 관계자는 "밥쌀용 수입쌀이 아직 국내 쌀 생산량(연간 440만t)에 비해선 극히 미미한 수준이지만 2015년 쌀 개방 이후에는 가격과 품질 면에서 국내산과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