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고유가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감으로 1800선을 위협받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9일 장중에 1780선까지 몰렸지만 기관투자가들의 적극적인 저가매수에 힘입어 낙폭을 줄이며 1800선을 지켰다.

전문가들은 지수가 일시적으로 1800 밑으로 떨어질 수는 있지만 대체로 1770~1900선 사이의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으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풍부한 시중 자금이 증시 주변에 대거 포진하고 있는 데다 기업들의 올 예상실적이 좋아 1800선 아래는 주식을 살 타이밍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기관 대거 매수 나서

기관투자가는 이날 23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선물과 연계된 차익 순매도가 2315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론 2500억원 이상을 사들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기관이 1700선은 부담이 없다는 자신감을 보여준 결과라고 분석했다.

김성노 KB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증시 주가수익비율(PER)은 10.8배에 불과해 역사적으로나 세계시장 대비 밸류에이션에서 모두 부담 없는 수준"이라며 "1800선 아래에선 주식 비중을 확대해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올해 기업들의 영업이익 증가로 주당순이익(EPS)이 10% 늘어날 것이란 전망에서 보면 1840선이 적정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또 고물가로 실질금리가 떨어진 점도 주식 투자 매력을 키우는 요인이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실질금리가 마이너스권으로 떨어지자 투자자들이 주식 투자의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과거 실질금리 0% 근처에서는 증시 자금 유입이 늘고 주가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2003년 3월에 3년만기 국고채 금리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뺀 실질금리가 0.1%로 떨어진 이후 8월까지 코스피지수는 220포인트(41.5%) 상승했으며 2004년 8월에도 실질금리가 -1.2%까지 내려가자 12월까지 92포인트(11.5%) 올랐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지난 4월 말 이후 MMF에만 17조원이 유입되는 등 증시 대기 자금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IT 자동차 등에 관심 가질만

코스피지수는 국내외 경제지표나 선물옵션 만기일, 미 금융주 실적 발표 등 만만찮은 변수들이 대기 중이지만 이달 중 1770~1900선 사이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내에선 5월 생산자물가지수가 10일 발표되는 데 이어 중국에서도 11일과 13일 5월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지수가 각각 나온다.

또 미국에서는 12일 5월 소매판매가 공표되며 13일부터는 리먼브러더스를 시작으로 미 투자은행 실적이 발표된다.

수급 측면에서 이번 주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이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9일 2000억원가량이 해소되긴 했으나 추가로 최대 1조3000억원 정도 더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장 사장은 "원·달러 환율 1000원대에서는 여전히 IT(정보기술)나 자동차 등이 매력적"이라며 "해외 수주 능력을 갖춘 대형 건설주 등도 고유가 시대 중동특수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국제 경영환경이 악화되는 가운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등이 하반기 부각될 것"이라며 "이들을 저가 매수하는 기회로 삼을 것"을 권했다.

그는 또 경기방어주인 교육 제약 보험주 등도 추천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