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하투를 앞두고 3대 악재로 휘청거리고 있다.

현대 완성차 운송을 맡고 있는 화물연대 소속 카캐리어분회가 9일 반출 중단에 들어갔고 현대차 노조가 10일 쇠고기 촛불집회 참여를 위해 잔업 거부를 선언했다.

여기에다 노조가 13일께로 예상되는 민주노총의 총파업 찬반투표에 참가키로 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 내부에서는 노조의 정치파업에 대해 비판하고 물류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가 10일 잔업을 거부하고 서울로 상경,쇠고기 촛불집회에 참석키로 하자 현대차 노조게시판은 9일 '반 정치파업 여론'으로 들끓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민노총 정치파업에 현대차가 희생양이 되려고 하는 겁니까","회사와 무관한 이슈를 내걸고 조합원들을 정치투쟁의 전면으로 내몰고 있다"는 비난글이 쏟아졌다.

아이디가 '현장에 소리'인 다른 조합원은 '정치파업만은 그만'이란 글을 통해 "현대차 노조 설립 이후 20여년 동안 크고 작은 정치파업에 참여한 결과,득보다는 오히려 실이 많았다"면서 "현대차 불매운동까지 나올 정도로 국민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는데 이젠 쇠고기 수입을 저지한다며 정치파업에 나서느냐"며 지도부를 질타했다.

현대차 사측은 노조가 2시간 잔업을 거부하면 자동차 392대의 생산이 차질을 빚게 되고 이는 곧바로 조합원들의 임금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대차는 물류대란을 더 우려하는 분위기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생산차량 운송을 맡고 있는 화물연대 울산지부 소속의 현대 카캐리어분회가 전면 운송 거부에 들어가자 현대차는 2003년형 물류대란이 닥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노조는 오는 13일 미국산 쇠고기 저지를 위한 전 조합원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노조는 또 19일부터 이틀간 출근길 홍보전과 오는 23일부터 전 노조간부의 철야농성 등 강경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결국 현대차 지부가 올해도 어김없이 민주노총의 총파업에 힘을 실어주는 노동계 하투의 선봉장 역할을 자임하고 나서는 형태를 드러내고 있다.

민노총 산하 노조 가운데 조합원 4만3000여명의 국내 최대 강성 조직인 현대차 지부가 이처럼 민노총 정치파업에 적극 동참을 선언함에 따라 노동계 하투의 투쟁 강도도 한층 높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경우 올해 노동계 하투는 근로조건보다는 정치슬로건을 내건 정치투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높여주고 있다.

총파업이 가결될 경우 당초 6월 말~7월 초로 예정됐던 하투 시기가 이달 중순으로 한층 앞당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현재의 촛불집회와 연계해 투쟁동력을 극대화하려는 민주노총의 전략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노총 핵심사업장인 현대차 노조의 일반 조합원들이 과연 민노총 총파업에 찬성표를 던질지는 미지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무엇보다 극심한 고유가와 맞물려 일반 조합원들 사이에 회사 경영난과 고용불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덧붙여 노사 간 본격적인 임금협상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가 지난달 29일 금속노조 지침에 따라 지역의 촛불집회에 1000여명의 오토바이 노조 대원들을 보내기로 했으나 참여 노조원이 90여명에 불과했을 만큼 정치성 집회에 대한 일반 조합원의 관심은 갈수록 냉랭해지고 있다.

작년 금속노조 정치파업 때도 현대차 일반 조합원들이 거센 저항을 보여 노조지도부가 파업 일정을 철회한 점을 감안하면 올해도 이 같은 현상이 재연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이두철 울산상의 회장은 "노동계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노사협상에 개입시키면 노사관계 파탄을 가져와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경제에 또 다른 짐을 지우게 될 것"이라며 정치성 파업철회를 촉구했다.

현대차는 해마다 민노총과 금속노조 등 상급단체의 정치 투쟁에 휘말려 크고 작은 정치 파업을 일으켜 노조 설립 이후 지난 21년간 임단협 협상을 포함해 전체 파업 손실액이 10조원에 이른다.

이 기간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만 무려 107만3693대에 달한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