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해외발 악재에 꼼짝없이 묶여 있지만 우호적인 주변 자금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1일 우리투자증권 이윤학 연구위원은 "긴 호흡에서 보면 주식시장에 악재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고물가로 실질금리가 사실상 마이너스로 전환되면서 단기 자금들이 은행권에서 증시 주변으로 움직이는 '머니무브'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증시 주변자금으로 분류되는 MMF(머니마켓펀드)의 경우 4월말 64조6000억원에서 5월말 현재 75조5000억원으로 10조원 이상 순증했다고 소개.

반면 은행권의 총예금은 저축성 예금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위원은 "금융자산 투자의 성격상 자금 흐름이 고수익을 쫓아갈 수 없다는 점에서 채권시장이나 은행권의 자금 이탈은 주식시장에 긍정적"이라면서 "2000년 이후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이거나 마이너스권에 진입한 경우 대부분 증시로의 자금 물꼬가 터지면서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고 지적했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권에 거의 근접한 2001년 8월의 경우 6개월간 주가 상승률이 100%에 달했다고 설명.

그는 "머니무브가 나타나고 있는 현 시점은 궁극적으로 새로운 상승 가능성을 잉태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아직 본격적인 자금 유입이 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앞서 나가는 것일 수 있지만 넓은 의미에서 MMF나 CMA로 자금 유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증시의 우군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 실질금리가 마이너스권이던 시기를 돌아보면 대부분 경기둔화와 기업이익 감소 우려가 극에 달하던 시기였다면서, 머니무브가 진행되고 있는 현 시점이 장기적으로 볼 때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판단.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