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외신에 '세계 자동차 업계에 프리미엄 바람이 불고 있다'는 제목으로 프리미엄 브랜드의 자격 요건을 제시한 기사가 실려 눈길을 끌었다.

어지간한 자동차 업체들이 모두 "성능과 고급스러움을 두루 갖췄다"고 자랑하는 마당에 시사하는 바가 컸다.

기사에 언급된 프리미엄의 요건은 5가지였다.

우선 브랜드 이미지와 그에 걸맞은 가격이다.

일반적으로 프리미엄 모델은 양산 브랜드 제품보다 가격이 15%가량 비싸다.

중고차로 되팔 때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는지,고객들의 충성도는 높은지,다양한 차를 갖고 있는 오래된 고객이 있는지 등도 프리미엄 자동차의 요건으로 꼽혔다.

이런 점을 모두 갖춰야 프리미엄 브랜드로 불릴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왜 많은 자동차 업체들이 프리미엄 브랜드가 되기를 원하며,양산 자동차 브랜드 중에서도 프리미엄 모델을 만드는 업체들이 늘어나는 걸까.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세계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업체 간 인수ㆍ합병이 한창이던 1990년대 중반만 해도 세계 자동차 업계에선 5개의 거대 업체만이 살아남을 것이란 전망이 유력했다.

규모의 경제를 갖추지 않고는 생존할 수 없다는 전제에서 나온 예측이었던 만큼 인수ㆍ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우려는 기업들이 많았다.

당시만 해도 기술력은 있으나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던 BMW와 혼다에 대해서는 일종의 종말론이 심심찮게 거론되기도 했다.

실제 나타난 현상은 정반대다.

규모 면에서 세계 자동차 업계 1,2위를 다투던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는 경영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 반해 생산량은 적지만 기술 수준과 브랜드 가치가 높은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뿐만 아니라 프리미엄 브랜드의 생산량도 점점 늘어 중저가 양산 브랜드에 필적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결국 품질이나 성능,기술이 뒷받침되지 않는 대규모 생산은 모래성에 불과하다는 교훈을 얻은 것이다.

기초를 탄탄히 다지지 않으면 소비자로부터 외면받는 것은 당연하다.

소비자의 기호가 점차 까다로워지는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더구나 기업의 덩치가 클수록 시장의 변화에 적응하기 어려워지게 되고 이는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제때 내놓지 못하는 결과를 낳곤 한다.

반면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제때 내놓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이들은 규모보다 이윤에 신경을 많이 쓴다.

BMW 포르쉐 아우디 등은 최근 대규모 제조업체보다 오히려 많은 이익을 내고 있다.

이런 점이 모든 자동차 업체들이 프리미엄 브랜드를 꿈꾸게 되는 이유다.

국내 수입차시장에서도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판매순위 상위권을 형성하면서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프리미엄 자동차 업체들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는 데다 한국에서는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가 강해 이왕이면 고급차를 타겠다고 하는 운전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가 점점 고급차 시장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강호영 오토타임즈 대표 ssyang@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