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공개행사 참석을 자제하던 김하중 통일부 장관이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을 기념하는 이른 바 `6.15 주간'에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김 장관은 10일 비록 개인자격이긴 하지만 임동원 전 통일장관의 회고록 출판 기념회에 참석, 김대중 전 대통령과 `햇볕정책' 지지자들 속에서 축사를 했고 12일 서울에서 열리는 6.15공동선언 8주년 기념행사에 정부 대표로 참석, 역시 축사할 예정이다.

김 장관의 이런 행보가 관심을 끄는 6.15선언 계승 문제에 대한 남북간의 극심한 인식차를 좁히려는 정부의 노력과 무관치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6.15 선언에 대해 계승한다고도 부정한다고도 한 적이 없지만 북한은 6.15 선언과 그것을 계승.발전시킨 10.4 선언을 남측 정부가 부정하고 있다고 단정, 당국간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김 장관의 활발한 행보는 정부가 6.15 및 10.4 선언을 부정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평가다.

정부가 두 선언 뿐 아니라 그 외 다른 남북간 합의 중 이행되지 못한 것들을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논의해보자는 입장을 정리했음에도 북한이 정부의 6.15, 10.4 선언 이행의지를 철저히 불신하는 상황에서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정부의 메시지를 전한다는 것이다.

김 장관의 6.15 행보는 또 정부 대북정책의 무게 중심이 과거 정부와의 차별성을 드러내는 데서 벗어나 남북관계를 풀어가기 위한 현실적인 접근 쪽으로 조금씩 옮겨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하지만 김 장관의 이런 행보가 곧바로 북한의 태도 변화로 이어지리라고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이미 지난 4월 말 김 장관의 발언을 통해 6.15,10.4 선언을 부정하지 않는다는 정부 입장이 공식 표명됐고 이후 누차 되풀이해 언급됐지만 한달 반이 지나도록 북한의 대남 태도에 변화 조짐이 감지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김 장관이 북한을 끌어내기 위해 6.15 선언 등과 관련, 현재 상황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가능성도 현재로선 높지 않아 보인다.

정부 일각에서는 6.15선언이 `우리민족끼리' 정신과 북한의 연방제 통일방안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회의적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는데다 과거 10년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기조 속에 집권한 현 정부가 과거 성과의 상징인 6.15 선언을 계승한다고 했을 때의 정치적 부담을 쉽게 떨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장관의 행보는 올 하반기 북핵 프로세스와 미국 대선 등과 맞물려 남북관계 정상화의 호기가 찾아올 경우를 대비, `디딤돌'을 만들어 둔다는 의미가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김정은 기자 jhcho@yna.co.krk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