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고속도로 아우토반에선 1차선을 차지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시속 120∼130㎞로 달려도 바람소리를 내며 앞질러가는 차들을 망연히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할 때가 많다.

추월선인 1차선에 자리를 잡고 있으려면 잠시 숨을 고를 때도 속도를 시속 150㎞ 아래로 떨어뜨려선 안된다.

고속 주행이 가능한 엔진 성능은 기본,시속 200㎞를 넘나드는 속도에서도 차체가 미동도 하지 않을 정도의 안전성까지 갖춘 차라야만 아우토반 1차선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생전 처음 올라선 아우토반에서 1차선을 내달렸다.

아우디의 프리미엄 준중형 해치백 A3와 함께.


◆매끈하면서 중후한 디자인의 매력

오는 10월부터 국내에 공식 수입될 예정인 A3를 미리 만나 본 것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아우디가 독일 뮌헨에서 마련한 시승행사에서 였다.

이날 아침 대면한 A3는 첫인상부터 민첩하면서도 단단해 보였다.

곡선과 직선이 적절히 어우러진 모습은 전체적으로 날카롭고 매끈한 인상을 줬지만 결코 가벼워 보이지는 않았다.

커다란 사다리꼴 모양의 라디에이터그릴과 헤드램프의 날렵한 눈매가 만들어내는 앞모습에서는 대형차 못지않은 중량감이 느껴졌다.

주간 조명을 작동시키면 양쪽 헤드램프 안에 있는 'ㄱ'자 형태의 LED램프가 하얗게 밝아지며 묘한 야성미를 뽐냈다.

실내 디자인에서는 프리미엄 자동차의 고급스러움보다는 준중형차다운 간결함이 돋보였다.

오디오 장치를 조절하는 버튼과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송풍구가 몰려 있는 센터페시아는 원형과 사각형의 디자인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스티어링휠(운전대)에서는 독일 차 특유의 묵직하고 두툼한 느낌이 전해져 왔다.


◆아우토반 1차선의 지배자

시승은 뮌헨 프란츠-스트라우스공항을 출발해 도시 외곽을 시계 방향으로 돌아 다시 출발점으로 오는 160㎞ 구간에서 이뤄졌다.

시승 코스는 마치 동화 속 풍경 같은 시골 마을과 아우토반이 적당히 섞여 있었다.

이국 정취를 만끽하는 한편 A3의 성능도 마음껏 시험해 보라는 의도인 듯했다.

도로에서 한 걸음만 벗어나면 집이 있고 마을이 나오는 꼬불꼬불한 시골길을 A3는 섬세하고 안정된 핸들링으로 흐르는 강물처럼 유유히 빠져 나갔다.

이윽고 다다른 아우토반.가속페달 위의 오른발에 힘을 주자 A3가 '부르릉' 하는 엔진음을 울리며 질주할 준비가 끝났음을 알려왔다.

앞서가는 차들을 차례차례 제치고 1차선으로 들어섰다.

시속 120㎞를 넘었을까 싶어 계기판을 들여다보니 이미 시속 150㎞를 향해 가고 있었다.

시속 150㎞부터는 조금 힘이 부치는가 싶더니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자 이내 시속 200㎞를 돌파하고 만다.

고속 주행에서도 한치 흔들림도 없이 앞만 보고 달려 나가는 모습이 무척 믿음직스러웠다.

A3의 디자인과 성능은 합격점을 주기에 충분했다.

연비와 가격 두 가지 조건만 맞춘다면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을 확실히 사로잡을 것으로 보였다.

연비는 유럽 측정 기준으로 13.9㎞/ℓ이고 판매가격은 4000만원 안팎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미정이다.

뮌헨(독일)=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