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연ㆍ고대 등 주요 대학들이 재정난 해소와 대학 벤처 활성화를 위해 앞다퉈 추진했던 대학 기술지주회사 설립이 난항을 겪고 있다.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경쟁 대학에 질 수 없다는 생각에 발표부터 하고 보자는 식이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1일 산업은행 기술평가원에 따르면 기술지주회사 출범의 첫 관문인 기술평가를 의뢰한 대학은 한양대밖에 없다.

서울대를 비롯해 연ㆍ고대 등 기술지주회사 출범 의사를 밝힌 대부분의 대학들은 기술평가를 신청하지 못하고 있다.

기술지주회사란 상품성이 있는 기술의 가치를 금액으로 평가받고 이를 판매하는 자회사를 거느리기 때문에 기술 가치평가는 지주회사 설립의 전제 조건이 된다.

하지만 서울대를 포함,대부분의 대학이 기술 가치평가를 의뢰하기는커녕 어떤 기술을 평가받을지조차 선정하지 못하고 있다.

당초 자본금 1000억원 규모로 5월 말 출범을 선언했던 서울대 측은 "기술지주회사 설립과 관련해 여러 문제가 많아 법률적인 검토작업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수천 개에 달하는 보유 기술에 대한 선별 작업을 진행 중이라 언제 결정될지 아직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대학가에선 자본금 1000억원 규모의 서울대 기술지주회사는 애초부터 실현 불가능한 목표였다고 꼬집고 있다.

올 2월4일 시행된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일명 산촉법)'에 따르면 기술지주회사 자본금의 51%는 기술 가치평가 금액으로 채워야 한다.

즉 자본금이 1000억원이 되려면 기술가치평가금액은 510억원이 돼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산업은행 기술평가원의 기술 가치평가 평균액이 2억~3억원임을 감안할 때 적어도 수백 개의 기술을 평가받아야 한다.

선진국도 기술가치 평가액이 낮고 산업화도 잘 되지 않고 있다.

와세다대 벤처캐피털 대표인 다다시 다키구치는 "수천 개의 대학 보유 기술 중 오랜 선별 작업을 거쳐 1년에 많아야 5개 정도의 기술만 산업화한다"며 "이 정도 수준이 적정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술 가치평가 비용도 문제다.

산업은행에 기술 가치평가를 의뢰할 경우 건당 2000만~3000만원의 비용이 든다.

대학들은 교육과학기술부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교과부 측은 대학들이 알아서 하라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대학 기술지주회사가 대학재정난 해소와 대학 벤처 활성화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외형적인 화려함에 집착하기보다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