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경 < 고려대 명예교수·경제학 >

우리나라가 가장 치욕적이고 참담한 망국의 위기(임진왜란,병자호란,일제강침,6ㆍ25남침,외환위기 등)에 직면했을 때 있었던 특이한 현상은 외부에서 우리나라를 옥죄고 있는데도 내부에서는 집안싸움에 여념이 없었다는 점이다.

지금 외부의 경제적 위기 요인이 엄습하고 있는데도 촛불시위와 불법파업이 우리나라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는 가속인자가 되고 있다.

사실이 아닌 날조와 괴담(怪談)으로 정부의 국제적 역할에 대못질을 가하고 이제 겨우 3개월 된 정부(국민이 선택해 출범시킨 정권)를 꼼짝 못하게 하면서 퇴진하라고까지 하고 있으니 이대로 가면 위기다.

정부는 불법시위와 야당의 정치공세에 인질이 돼 무력한 상태에 빠져 있고 국민은 좌불안석에 있으며 경제는 위기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출수입(무역) 규모가 세계에서 11위이고 국내총생산의 75%나 된다.

대기업의 몇 개 품목이 총수출의 60%를 차지하는 가운데 두 자릿수의 수출 신장에 목을 매다시피 해 간신히 4~5% 성장을 유지하고 있는 살얼음판의 경제 상황이다.

이런 우리나라에 국제 석유가격 폭등,국제 원자재 가격의 급상승,세계금융의 불안,식량자원의 가격상승과 시장불안,주요국 자본시장의 혼미,환율불안,단기외채 급증 등 외부의 위기 요인이 우리 경제를 옥죄고 있다.

일치단결해 최선을 다해도 역부족인 상황에서 비경제적 싸움이 날로 가속되고 있다.

한국과 거래를 하고 있는 세계의 모든 나라가 우리나라의 혼미상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사태가 악화되면 한국과 거래를 끊고 자금을 회수하며 협력과 공조를 외면할 작정이다.

국가의 혼란에 가장 무서운 위기인자는 시장붕괴다.

시장이란 수급균형을 유지하고 있을 때에는 약간의 변화와 조정으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가격이 안정되고 과부족이 조정되면서 시장기능이 유지된다.

그러나 나라가 혼미상태에 빠지고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가격이 불안해지면 시장의 균형은 순간적으로 붕괴로 치닫게 된다.

사람들의 불안심리가 자기보호 및 손실 기피의 군중심리로 급변하게 된다.

팔아야 할 사람이 팔지 않고 필요한 양만 사야 할 사람이 필요 이상으로 사려고 덤비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시장에는 물건이 없어지고 파동이 일어나며 가격이 폭등하고 거래가 중단되는 파탄으로 치닫게 된다.

국제석유시장은 점점 더 불안해지고 있다.

석유가격이 배럴당 150달러를 넘어 200달러까지 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3개월 전에 계약한 석유가격에도 이렇게 어려운데 지금 계약한 석유가 들어올 때는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려울 것이다.

그 후는 어떻게 될 것인가 생각할수록 위기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미국,중국 등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쌀 포함 80%,쌀 제외 95%)하고 있는 식량도 불안하기는 대동소이하다.

세계의 50여 개국이 식량폭동사태를 겪고 있고 가격상승이 지속될 전망이다.

중국,인도 등 수십억 인구가 하루 한 끼만 더 먹어도 우리나라는 식량을 수입하지 못해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곡물과 육류 등의 거래중심지가 시카고다.

시카고에서 물량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면 어떤 일을 당하게 될지 예상하기 어렵다.

국제금융시장 불안과 자본이동의 혼미 및 달러가치변동 등도 우리나라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국내의 과중한 가계 빚은 약간의 경기후퇴와 물가상승에도 금융위기로 이어지게 되어있는데 국제금융의 불안이 조금이라도 겹쳐지면 지난 외환위기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생각할수록 불안하고 암담한 상황에 있다.

결코 없는 광우병으로 불법 시위와 파업의 몸살을 앓아야 하는 우리나라경제가 아니다.

이성을 찾아야 할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