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가 잘 되는 건 좋지만 촛불집회가 오래가면 안돼요."

서울 덕수궁 바로 맞은 편에서 구멍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정영찬씨(58).그에게 지난 10일은 장사한 지 4년 만에 '대박'을 터뜨린 특별한 날이었다.

6ㆍ10 항쟁 21주기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가 맞물리면서 경찰추산으로도 10만명 이상이 가게 앞을 밤새 오갔기 때문.밀려드는 손님들로 정씨는 한숨도 못잤다고 한다.

평상시에는 팔리지도 않던 맥주를 300병이나 팔았다.

담배도 4일치 매출분량인 400갑 이상 팔았고,생수도 200병이나 나갔다.

그런데도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유가폭등에 물가가 올라 가뜩이나 경제사정이 안좋은데 민심까지 나빠지면 당장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장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서울대 음대생 폭행사건 이후 대학생들이 부쩍 증가한 데 대해 특히 우려를 표했다.

"대학생들이 경찰청으로 몰려가 버스를 밀고 당기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젊은 혈기로 자칫 유혈사태까지 불러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씨는 젊은 여성들이 쓰레기봉투를 사서 자발적으로 거리청소에 나서는 모습은 과거와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서울시청 앞 광장 잔디밭 등으로 맥주를 '배달'해주면서 시위 참석자들도 정부의 입장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왜 그렇게 손쉽게 쇠고기 협상을 했나.국민을 우습게 안 것 아니냐"는 손님들의 주장에선 정부에 대한 아쉬움을 가졌다고.

정씨는 하지만 '이명박 퇴진' 얘기는 듣기 싫단다.

또 수주째 이어지는 집회에 상당히 지친 기색이 엿보인다고 전했다.

"정부가 국민의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는 대책을 하루속히 내놓았으면 좋겠어요." 구멍가게 주인의 소박한 바람이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