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 일괄사의(辭意)에 대한 뒷얘기가 관심을 끌고 있다.

정부는 지난 10일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 이후 쇠고기 파동과 관련해 책임을 지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관심은 일괄사의 표명 사실보다 어떻게 사의가 모아졌는지에 쏠리고 있다.

당초 한 총리와 15개 부처 장관들은 국무회의 전에 일괄사의에 대해 일체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괄사표 논의는 한 총리가 오전 9시께 국무회의가 끝난 후 장관들에게 "제 집무실에 내려가셔서 차나 한잔 하시죠"라고 초대하면서 시작됐다.

장관들은 세종로 정부청사 19층 대회의실에서 9층 총리 집무실로 내려갔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 중 한 장관이 "대통령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일괄사표를 내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고, 총리가 이를 받아 "다른 장관들 생각은 어떠신가요"라며 물으며 분위기가 일괄사표 제출 쪽으로 모아졌다.

문제는 이때부터다.

일부 장관은 언론보도 등을 감안해 사표를 이미 준비해 갖고 왔으나 일부 장관은 "어 이게 아닌데…"하는 표정이었다는 것.

한 장관은 "사표를 써 오지 않은 장관들은 현장에서 나눠 준 용지에 사직서를 썼다"며 "장관들이 정무적인 감(感)이 있느냐 없느냐는 그런 데서 표가 나는 법"이라고 전했다.

한 총리는 자신의 사직서와 장관들의 사직서를 모아 오전 10시 반 대통령 주례보고 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