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공기업 수사에 본격 착수한 지 한 달이 되는 11일 수원지검 특수부는 경기도 분당 한국가스공사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가스공사가 최근 8년간 우리사주 주가 하락 손실보전 명목으로 직원들에게 228억원을 부당 지급했다는 등 감사원 감사 결과를 토대로 전격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찰청은 지난 3월 전국 검찰청에 공기업 비리수사 지침을 보내고 지난달 초부터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비리를 척결하겠다'고 선언한 뒤 대대적인 수사를 벌여왔다.

검찰은 그동안 가스공사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고 관계자 7명을 구속했으며 3명은 불구속기소(혹은 예정)했다.

공기업 수사는 산업은행의 편법 자금지원과 관련해 검찰이 지난달 13일 그랜드백화점을 압수수색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검찰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증권선물거래소를 연달아 압수수색했으며 한국석유공사 압수수색에는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대검 중앙수사부가 직접 나섰다.

대한석탄공사ㆍ한국관광공사ㆍ수출입은행 등도 현재 한창 수사 중이거나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그러나 여태껏 나온 수사결과는 검찰의 당초 선언과 달리 모두 개인 비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검찰은 캠코와 관련,캠코 직원 김모씨를 포함해 3명을 구속 기소하고 1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지었다.

캠코 소유 부실채권의 담보로 딸린 S사 주식을 헐값 매입하는 대가로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혐의다.

산업은행의 경우 그랜드백화점의 사모사채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변호사법ㆍ증권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최모 당시 산업은행 팀장이 지난달 말 불구속 기소됐다.

원래 검찰은 최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혐의에 대해 다퉈볼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대검이 당초 '중점 수사대상 7개 기업' 중 하나로 산업은행을 지목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 첫발부터가 꼬인 셈이다.

대한석탄공사의 M건설사 특혜 지원 의혹의 경우 공사의 김모 관리총괄팀장이 9일 구속됐고 함께 영장이 청구된 양모 재무팀장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이 사건은 전 정권 실세가 개입한 권력형 비리 사건이라는 추측이 난무했다.

검찰도 의욕적으로 공사 수뇌부를 겨냥했으나 김원창 석탄공사 사장에 대한 수차례 조사 끝에 김 사장은 해당 사건을 보고받지 않은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대검이 직접 맡은 석유공사 건의 경우 공사의 아프리카 베냉2ㆍ3광구 시추사업의 현지 위탁업체에 업무비용을 과다 지급해 공사 측에 223만5014달러의 피해를 입힌 혐의로 당시 해외작업반장 신모씨가 최근 구속됐다.

대검은 이 밖에 공사의 다른 해외사업의 구조적 비리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국교원공제가 P그룹 계열사인 P사의 주식을 부당 매입한 사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상당히 문제가 많다'고 지적,본격 수사가 진행될 것임을 내비쳤다.

검찰은 김평수 전 공제회 이사장과 P사 대표를 맡았던 사장 P씨를 계속 소환 조사할 예정이며 P그룹 회장 역시 소환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수사가 별다른 성과없이 말만 무성하다는 지적도 있다.

석유공사 건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황두열 사장의 부산상고 후배인 탓에 '전 정권에 대한 사정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라는 추측도 있었지만 별 혐의를 찾지 못했다.

수출입은행에 관한 의혹도 아직 밝혀진 바 없다.

검찰 관계자는 "기한을 정해놓고 하는 수사가 아니라 언제 수사가 끝날지 모른다"며 "혐의가 드러나면 끝까지 추적하겠지만 아니라고 판단될 경우 미련없이 손을 놓겠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