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가 없네요. 밖에서 조금만 기다려 주시겠어요."(점원) "팥빙수 한 그릇 먹는 데 20분이나 기다리네…."(손님)

기온이 섭씨 29도까지 치솟은 11일 오후 2시.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5층 66㎡(20평)짜리 팥빙수점은 손님들로 그득하다.

입구엔 자리가 나길 기다리는 행렬이 길게 늘어섰다.

압구정동에 사는 직장인 최정원씨(29)는 "초등학생 때 엄마 손을 잡고 와서 먹었던 그 맛이 지금도 한결같아 여름이면 매주 두세 번씩 올 정도"라고 말했다.

1985년 현대백화점 개점 당시 입점,올해로 23년째를 맞은 팥빙수 전문점 '밀탑'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변함 없는 맛 하나로 백화점에서 수십 년을 버텨 온 '터줏대감 매장'들이 인기다.

오랜 연륜 자체가 고객들에게 신뢰의 보증수표로 통하는 데다 이제 중ㆍ장년이 된 이들에겐 10년,20년 전 향수를 느끼게 해 주기 때문.백화점 측으로선 팥빙수 덕에 단골 고객을 늘릴 수 있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관계다.

밀탑에서 파는 팥빙수는 겉보기엔 투박해 보이지만 만드는 과정 하나 하나에 장인의 '감(感)'이 배어난다.

팥을 살짝 터질 듯한 순간까지 삶아 내고 고른 얼음 입자를 뽑기 위해 쇄빙기 레버의 섬세한 진동까지 직접 손으로 감지하는 것 등은 기계가 대신할 수 없어서다.

김경희 밀탑 사장은 "얼음 얼리는 강도와 얼마만큼 살짝 녹이느냐에 따라 입자 크기와 질감이 달라진다"며 "통조림 팥을 얹은 빙수와 비교해 보면 맛 차이를 확연히 느낄 것"이라고 자신했다.

팥빙수 메뉴는 커피ㆍ밀크ㆍ딸기 등 5가지,가격은 7000원.

22년 된 국수집도 있다.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 8층 '안동손국시'(6000원)는 점심 때면 49㎡(15평)의 작은 매장이 금세 만원이 된다.

이 업소 사장이 2주일에 한 번씩 경북 안동ㆍ예천에 내려가 콩가루와 육수용 한우뼈 등을 직접 사온다.

면과 육수를 따로 만드는 일반 식당과 달리 육수와 면을 함께 끓여 내는 안동식 국수 제조법을 고수하고 있다.

매일 300그릇을 팔아 비슷한 규모의 다른 식당과 비교했을 때 한 달에 30~40% 이상 매출을 더 올리고 있다.

30년 전통의 전복죽 맛도 백화점에 입성했다.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에 있는 '할매 전복집'이 이달 초 롯데백화점 포항점에 새로 들어선 것.3대에 걸쳐 직접 바다에서 잡아올린 전복을 가공해 손님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하루 매출이 100만원 안팎으로 예상보다 반응이 좋다는 게 매장 관계자 얘기다.

메뉴로는 전복죽(1만2000원) 해물모듬죽(6000원) 등이 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