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1일 발표한 '기업환경개선 추진계획'은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4개월간 관계부처가 총동원돼 만든 규제완화 방안치고는 '알맹이가 없다'는 평가다.

군사시설보호구역을 대거 풀고 행위 제한 정도를 낮추는 등 일부 전향적인 정책들도 눈에 띄지만,한편으로는 수도권 규제 완화처럼 논란이 불가피한 '굵직한' 기업환경개선 과제들이 모두 빠졌기 때문이다.

투자 선호도가 높은 수도권 지역에 대기업 투자를 어렵게 하는 수도권정비계획법상 각종 권역별 규제나 과도한 환경규제 등은 이번에 손조차 대질 못했다.

하이닉스 KCC 등 대규모 투자 계획을 갖고 있는 개별 기업들의 애로 사항에 관한 '통 큰 해결책'도 찾아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하이닉스 콩밭' 해결 못해

육동한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은 "이번 대책은 이명박 정부가 꾸준히 강조해 온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 목표를 이루고,규제완화 등 적극적인 기업경영환경 개선으로 한국을 '7성급 호텔'과 같은 투자 환경을 갖춘 국가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뜯어 보면 투자를 가로막는 핵심적인 규제 '대못'은 여전히 뽑히지 않았다.

기업 입지난 해소와 관련된 이번 대책의 골자는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및 완화다.

하지만 군사시설보호구역에서 풀리는 지역이라도 수도권정비계획법상 권역별 규제가 여전하다.

대규모(3300만㎡) 임대산업단지 조성 계획 역시 수도권보다는 이미 공장용지가 남아도는 지방에 공급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 취득ㆍ등록세 부담 완화(6%→2%)는 수도권에서 공장의 신ㆍ증설이 금지된 대기업과는 무관한 얘기다.

당장 투자유발 효과가 큰 개별 기업의 숙원사업을 선별적으로 허용하겠다는 당초 계획도 다음으로 미뤄졌다.

현 공장 울타리 안에 확보해둔 부지를 자연보전권역이라는 이유로 활용하지 못해 콩밭으로 쓰고 있는 하이닉스나,여주 공장의 증축이 안돼 원판을 만들어 가공공장(충남 전의)으로 옮기느라 매년 물류비 30억원을 낭비하고 있는 KCC 등의 애로사항은 해소 대상에서 빠졌다.

그나마 주한 미군 반환공여지에 서울우유 공장을 신설할 수 있게 업종제한을 완화한 것과 비수도권 지역의 불합리한 규제는 해소해줬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정부가 이번 대책에는 여론 부담 때문에 논란이 되는 부분을 다 뺀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다 할지라도 기업의 법인세 부담을 줄여주고 공장 인근 농지ㆍ산지 전용 문제를 해결해주는 등 개선책을 내놓은 것은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부산ㆍ울산 입지난 해소 기대

정부가 공장 인근의 농지ㆍ산지 전용허가권을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하는 한편 대체지 지정제도도 폐지함에 따라 호황으로 생산설비를 증설해야 하지만 부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부산ㆍ울산 지역 조선 및 플랜트업체의 입지난이 다소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현행 430개에 달하는 기업인 관련 양벌 규정을 합리화하기로 했다.

종업원이 저지른 범죄 행위에 대해 기업주의 직접적인 감독 책임을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에까지 연대처벌하는 조항이 많아 경영 활동을 과도하게 위축시킨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또 법인 대상 제재 수단의 중복 문제도 합리적으로 재조정한다.

같은 위반행위에 대해 형사제재와 과징금 인허가 취소 등 행정제재가 겹치기로 적용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 영국 무역산업부가 도입했던 기업지원활동을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비즈니스 링크'를 구축하기로 했다.

현재 중소기업청이 운영하고 있는 'SPi-1357 서비스(온라인과 전화상담을 통해 정책정보 제공)'에 컨설팅 업체 중개기능과 마케팅ㆍ금융ㆍ특허 등에 대한 민간전문가 중개 기능을 추가하기로 했다.

정부는 기업환경개선 추진계획에 들어간 47개 과제에 대한 법령 개정안의 대부분을 6월 말까지 마련해 9월 정기 국회에서 처리되도록 할 방침이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