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상승으로 인플레 압력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긴축기조가 확산되면서 글로벌 증시에 또 다른 고민거리로 대두되고 있다.

유럽 중앙은행이 금리인상을 시사한 가운데 최근 벤 버냉키 美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도 인플레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언급, 금리 동결 의사를 강하게 내비쳤다.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는 8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무려 48.9%까지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신영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연준과 유럽은행 인사들이 긴축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긴축 가능성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긴축 도미노 현상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이스라엘이나 터키 등 얼마전까지만해도 긴축완화 쪽이었던 국가들이 긴축강화로 급선회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

이 연구원은 "터키나 이스라엘 모두 인플레 압력이 가팔라지면서 금리정책을 수정한 것"이라면서 "인플레를 제어할 수 있다면 긴축은 주식시장에 긍정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장기적인 측면에서의 판단이고, 긴축 사이클로 진입하기 직전이나 긴축 사이클의 초기 국면에서 시장 반응은 장기적인 기대와 전혀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터키와 이스라엘 증시가 아직 약세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긴축 리스크에 노출되기 시작한 금융시장이 충분히 위축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무엇보다 국제유가의 가파른 상승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긴축시점이 다가온 것이 문제"라면서 "아직 준비가 덜 된 금융시장으로서는 부담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긴축을 견딜만한 장기적인 체력은 마련돼 있지만 긴축 리스크를 반영하는 통과의례를 치르는 동안 증시의 강한 흐름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괜한 소모전에서 진을 빼지 말고 시장에서 한발 물러서있는 전략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고 조언.

한편 동양종금증권 이재만 연구원은 "경기회복이 아직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는 점과 모기지 금리 상승으로 주택경기 회복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미국이 단기내 정책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선물시장에서의 금리인상 가능성 상승 등의 시그널에서 장기적으로는 1~2회 정도의 금리인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

삼성증권 김성봉 연구원은 "미국이 금리인상에 나선다면 낙관적인 측면에선 경기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한 것이겠지만 스태그플레이션이 본격화됨을 의미하는 시그널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 막 가능성이 불거지기 시작한만큼 향후 금리인상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시간을 두고 볼 문제"라면서 "그만큼 주식시장은 또다른 불확실성에 일희일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리인상은 기본적으로 총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정책인데 이미 글로벌 총수요는 둔화되기 시작했다고 설명.

금리인상을 통해 경기 위축을 가속화시킬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비관적 해석보다는 낙관적 해석쪽에 무게를 둘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 연구원은 "미국이나 유럽이나 금리인상이 시장에 충격을 줄 정도로 단행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면서 "사견이지만 각국 통화당국이 긴축 정책을 시사하고 있는 것은 인플레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원유시장의 투기세력에 대한 경고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도 달러화의 방향 전환을 위한 정책적 공조가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달러의 강세 전환을 위한 움직임으로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동양 이재만 연구원은 "과거 경험상 금리인상은 증시를 진정시키거나 상승세를 둔화시키는 효과가 있어 긍정적으로 보긴 힘들다"면서 "다만 에너지와 IT섹터는 금리인상시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고 내수 섹터는 부진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