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사이트 트래픽 2∼3배로 급증

촛불시위를 생중계하는 인터넷 방송이 늘어나면서 시민들이 이를 보며 밤을 새우는 `중독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회사원 김연우(32)씨는 6월 들어 거의 매일 서너 시간 밖에 잠을 자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오후 10시께 퇴근을 하면 곧바로 인터넷에 접속해 '촛불시위 생중계'를 보기 시작해 오전 2∼3시나 돼서야 컴퓨터를 끄고 잠자리에 든다.

그는 "처음에는 경찰의 강경진압 소식에 현장상황이 궁금해져서 생중계를 보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축제 같은 분위기나 사람들의 자유발언도 재미있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에서 분당에 있는 직장으로 출퇴근하는 그는 "출근은 이르고 퇴근이 늦어 광화문 촛불집회에 직접 갈 엄두를 못 내지만 많은 시민들이 밤새 촛불을 켜고 거리를 지키는 게 미안해서 인터넷 방송이라도 보게 된다"고 말했다.

광화문 부근의 한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송모(40.여)씨도 밤마다 남편과 함께 인터넷으로 촛불집회 생중계를 본다.

송씨는 "매일 밤 '이제 그만 자자'고 하다가도 결국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며 "일전엔 낮에 회사에서 촛불시위 동영상을 찾다가 부하직원에게 들킨 적도 있다"며 쑥스러워했다.

`6.10 1백만 촛불대행진'에 참가한 공기업 직원 홍모(31)씨는 인터넷을 통해서만 촛불집회를 지켜보다가 지난 1일 전경 군홧발에 밟힌 여대생의 동영상을 본 뒤로는 직접 집회에 참석하게 됐다.

홍씨는 "직장 특성상 집회현장에 나오기를 꺼렸지만 군홧발 동영상을 보는 순간 '이건 아니다' 싶었다"며 "그날 밤 10시에 송파구 집을 무작정 나와 지하철로 광화문으로 가서 새벽 2시까지 집회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촛불집회 생중계 중독' 현상은 관련 사이트의 접속자 수가 급증한데서도 엿볼 수 있다.

11일 인터넷미디어 리서치그룹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촛불시위가 계속된 5월과 6월 사이 이를 생중계했던 대표적인 사이트인 '아프리카'와 '오마이뉴스' 등에는 순방문자와 페이지뷰가 평소의 2∼3배로 늘어났다.

평소 1주일간 순방문자가 60여만명 수준이던 이 두 사이트는 촛불시위가 시작된 5월부터는 100만명대로 늘어났으며 6월에는 2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코리안클릭 관계자는 "최근 한 달간 이 사이트를 찾는 네티즌들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며 "해당 사이트의 트래픽이 급증한 것은 촛불집회 생중계를 찾는 사람이 그만큼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조 기자 kb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