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중 걸렸어요.

경찰이 차에서 내리라기에 넥타이를 바로잡은 다음 "안 취했다.

맥주 딱 한잔 했다"고 항의했죠.사람 좋아 뵈는 경찰이 웃으며 집 전화번호를 물어요.

잠시 뒤에 온 아내가 나를 보곤 고개를 돌리더라구요.

집에 와 거울을 보니 넥타이가 목에 걸려 있더군요."

중진 서양화가가 옛일이라며 털어놓은 에피소드다.

회식 중 풀어놨다가도 자리가 파할 무렵이면 다시 잘 챙겨 매야 한다고 느끼는 것,그게 넥타이다.

넥타이는 오랜 세월 사회적 신분과 예의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많은 남성들이 숨이 턱턱 막히는 무더위에도 꼭꼭 동여매는 건 그런 까닭이다.

필요는 변화를 낳는 법.고유가 시대를 맞아 여름철 '노 타이(No Tie)' 차림이 일반화될 추세다.

정부와 은행에 이어 일반기업은 물론 백화점과 항공업계,심지어 민주당까지 넥타이를 풀겠다고 나섰다.

양복도 생략하는 '쿨 비즈(Cool Biz)'로 전환하는 곳도 많다.

기름값이 남성을 '댕기'와 '양복'의 굴레에서 해방시키고 있는 셈이다.

남성들은 댕기만 풀어도 얼마나 시원한지 모른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목을 드러내면 체감온도가 2도 정도 내려간다고 한다.

실내온도를 다소 높여도 된다는 얘기니까 냉방전기료도 절약될 게 틀림없다.

유가 인상 때문이 아니라도 넥타이의 운명은 내리막길에 들어선 것처럼 보인다.

미국에선 넥타이를 상용하는 남성이 2002년 10%에서 지난해 6%로 줄고,매출도 95년 13억달러에서 지난해 6억7770만달러로 급감한 나머지 얼마 전 넥타이 협회가 문을 닫았다는 소식이다.

최고경영자(CEO)의 노타이도 늘어나면서 넥타이는 권위와 신뢰의 상징이 아닌 액세서리화되고 있다고도 한다.

국내의 경우 공무원 등이 넥타이를 푸는 게 처음은 아니다.

새마을 복장이라고 해서 하얀 남방 깃을 양복 위로 내놓는 게 유행하던 시절도 있었다.

넥타이를 매지 않으면 매일 빨아서 다려야 하는 와이셔츠를 고집할 이유도 없다.

간편한 티셔츠나 라운드셔츠처럼 실용적이고 편안한 차림이 한결 낫다 싶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