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래 <부산교대 교수 · 교육학>

한 달여에 걸친 연이은 시위는 3억의 미국인과 270만 재미교포가 안전하게 먹는 쇠고기라는 실체적 진실이 '위생안전'이라는 절대선(絶對善)에 가려 외면당한 채 이제는 반정부적,체제부정의 경향을 띤 정치적 시위로 확산됐다.

이에 대처하는 정부의 대응방식을 보면서 세간의 국민들은 '이 지경이 되도록 정부 당국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하는 질책과 탄식을 자아내고 있다.

쇠고기 수입이라는 통상,위생 문제를 넘어선 이번 사태의 해결을 위해 대통령을 위시한 정부 당국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이른바 '경쟁력 함정'(competency trap)에 빠졌다는 점이다.

경영학에서는 잘 알려진 이 개념은 경쟁에서 이긴 기업이 기존의 비결에 집착해 새로운 환경에서 실패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적으로 성공한 기업가다.

서울시장으로 청계천 복원을 이룬 성공한 행정가다.

그러나 그는 지금은 더 이상 국민에게 월급을 주고 꾸려가는 '대한민국 사장'이 아니다.

건설회사 CEO(최고경영자) 시절의 '성공신화'나 행정책임자로서 성취한 기존 전략의 매력에 사로잡혀 대한민국 통치자라는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점을 깊게 인식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타인귀결선호'(external preference)를 등한시했다는 점이다.

타인귀결선호는 윤리학과 정치철학에서 사용되는 개념으로,자기 자신의 개인적 선호(personal preference)와 달리 타인에게 어떤 결과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일종의 정치적 선호다.

예컨대 자신은 수영을 잘하지 못하더라도 자기 동네에 영화관보다는 수영장이 유치되기를 바라는 경우다.

결국 지난 대선에서 최대 격차의 표를 몰아준 것은 적지 않은 유권자가 이명박 후보를 '선호'한 것이 아니라 '좌파 정권 연장이 아니면 좋겠다'는 타인귀결선호를 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당시 갑자기 출마한 이회창 후보가 예상 외로 15%의 유효 득표를 했다는 점도 같은 논리로 설명된다.

대통령을 지지했건 안 했건 간에 많은 국민이 '이런 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타인귀결선호가 무엇인지를 헤아릴 필요가 있다.

말로만 국민의 도덕적 눈높이를 몰랐다고 할 게 아니라 이것이 민심을 파악하는 일이다.

이번 쇠고기 파동 시위 문제는 피해농가 보상 문제,30개월 미만 쇠고기 수입 금지를 넘어서서 이미 항간에 퍼진 반미감정을 자극하지 않는 정치적 고려 속에서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간과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국민이 갖는 '선호'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정치 문제로 비화된 것이다.

국민 마음 속에 '이건 아닌 것 같은데'라는 것이 있으면,이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그것이 잘못됐다고 가르칠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대통령은 자신의 '실용'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하고 국민을 설득시킬 일이다.

많은 국민은 '실용'의 실체를 모르니,그로 인해 이득이 생기더라도 단순히 급료 많이 받게 된 '월급쟁이'가 된 기분을 느끼는 것이다.

'실용'은 시장경제 원리를 바탕으로 한 국민복리이고,이를 뒷받침하는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법치가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래야 체제 전복을 바라는 소수 세력을 제외한 다수 국민이 대통령의 '실용'을 믿고 따를 것이다.

'성공은 기억할 필요가 없다.

성공은 타인들이 기억해준다.

그러나 실패는 철저하게 자기 자신이 기억해야 한다.

실패를 망각하는 사람은 또 실패한다.

' 대통령이 자서전 《신화는 없다》에서 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