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미 쇠고기 수입 문제로 사회적 갈등에 휩싸이면서 출범 당시 경제를 살리겠다고 내세웠던 공기업 개혁 등 다른 정책들까지 대거 표류(漂流)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경제정책이 중심을 잃어버린 채 여론의 눈치나 살피는 식으로 흘러가버리면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경제가 더욱 어려워지고 말 것은 너무도 뻔한 일이다.

우리는 고유가로 인해 서민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당국이 민생에 중심을 두고 물가안정과 성장을 함께 추구하겠다는 것 자체는 잘못됐다고 보지 않는다.

어제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를 동결한 것에서도 보듯 오히려 지금은 물가 성장 고용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균형적인 시각이 필요한 상황이란 점에는 그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문제는 민생이건,성장이건 정부가 중심을 잡고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야 하는데,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우선 민생대책이란 이름하에 너무나 임시방편적이고, 극단적으로는 좌파적 포퓰리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런 정책들이 마구 동원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떨치기 어렵다.

따지고 보면 정부가 고유가 대책으로 내놓은 유가부담금 환급이라든지 통신비 인하 등도 그런 측면이 없다고 말하기는 솔직히 어렵다.

정책의 실효성이나 도덕적 해이 등과 같은 부작용을 깊이 따져보지도 않고 정치권의 요구대로 끌려다니다 보면 결국 경제정책 전체가 흔들리고 말 것이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이런 분위기로 인해 개혁관련 정책들까지 후퇴하고 있는 점이다.

처음부터 논란(論難)이 많았던 대운하 공약과는 달리 공공부문 개혁,기업규제 완화 등은 현 정부가 성장잠재력 제고 차원에서 들고 나왔고,국민들도 찬성하고 있는 사안이다.

그런데도 정부 여당이 이해당사자들의 눈치나 살피며 뒤로 미루면 결국은 못하고 마는 것 아닌가.

민심 챙기기가 먼저라고 하지만 이런 개혁정책들은 그것과는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오히려 이런 정책들을 리더십을 갖고 제대로 추진할 때 경제도, 민생도 살아날 수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상황이 어렵다고 포기할 게 아니라 그럴수록 정부 여당은 원칙을 갖고 중심을 잡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