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의 기업규제 종합순위(세계은행 집계)가 전년도에 비해 7계단 떨어진 30위를 기록한 것은 창업 고용.해고여건 납세 등의 분야에서 세계 100위권 밖의 높은 규제 수준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국책연구기관에서 나왔다.

이들 분야의 규제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만 개혁해도 순위는 단숨에 13위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연구원(KIET)은 세계은행의 기업규제지수를 구성하는 10개 분야 지표를 뜯어 본 결과 한국은 창업지표(110위) 고용.해고여건지표(131위) 납세지표(106위) 등에서 100위권 밖을 기록해 규제 개혁 필요성이 높다고 12일 지적했다.

우선 창업 분야를 평가하는 세부 항목들을 보면 한국에서는 창업하려면 10가지의 절차를 밟아야 해서 OECD 평균(6.5건)은 물론이고 세계 평균(9.2건)보다 절차가 복잡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도 17일이 걸려 OECD 평균(16일)보다 다소 높았으며,창업절차를 밟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전체 창업비용의 16.9%로 OECD 평균(7%)보다 높았다.

고용.해고여건은 더욱 심각했다.

인적자원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고용경직성 척도(숫자가 높을수록 규제 수준이 높음)에서 한국은 37을 기록해 OECD 국가들(평균 32.1)에 비해 높은 것으로 분석됐고,해고난이도도 40으로 OECD 평균(29)보다 11포인트 높았다.

납세에 있어서도 한국 기업은 연간 48회 세금을 납부한 반면 OECD 국가들에서는 세금 납부 횟수가 평균 17.1번에 불과했고,납세에 협력하느라 들어가는 시간도 연간 290시간으로 OECD 평균(240.2)보다 높아 한국은 세금을 매우 자주,그리고 보다 많은 노력을 들여 내야 하는 국가로 나타났다.

이처럼 한국의 세부 항목별 규제 수준이 OECD 평균보다 높은 항목들을 OECD 평균 수준에 맞춰 규제를 개혁하면 어떻게 될까.

KIET가 세계은행의 종합순위 산출 방식을 바탕으로 계산했더니 한국의 종합순위는 단숨에 17계단 상승한 13위를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순위 상승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분야는 역시 창업 고용해고여건 납세부문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원규 KIET 선임연구위원은 "정부의 규제 개혁 추진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양적인 규제 완화보다 실질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찾아내 규제 개혁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특히 창업 등의 취약 분야에서는 개별 법률상의 규제보다는 덩어리 규제 또는 핵심 규제의 철폐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