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간 삼성 새내기 4600명 "어민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됐으면…"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땀 흘리겠습니다"

12일 오전 11시 충남 태안군 소원면 구름포 해수욕장.'삼성'로고가 박힌 하늘색 모자를 쓴 이장원씨(27)는 오전 8시부터 바위에 묻은 기름을 닦아내느라 땀으로 뒤범벅됐다.

지난 2월 삼성테크윈에 입사한 그는 "기름유출 사고 현장에 와보니 피해 어민들의 고통이 얼마나 지 실감하게 됐다"며 "어민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바위를 닦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삼성그룹 23개 계열사 신입사원 4600명은 구름포 해수욕장 등 태안지역 14개 해수욕장에서 방제작업과 쓰레기 치우기 등 봉사활동을 벌였다.

삼성그룹은 매년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강원도 평창 등지에서 진행해오던 하계수련회를 올해 처음으로 지난 11일부터 태안에서 열고 있다.

지난해 12월 삼성중공업 소속 크레인선과 유조선의 충돌로 인한 기름유출로 피해를 입은 지역민들의 상처와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는 취지에서다.

그룹 관계자는 "여름 휴가 시즌을 앞두고 기름 유출 사고로 시름에 젖어있는 태안지역 주민들에게 희망과 활력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태안에서 하계대회를 열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태안지역 상가번영회를 통해 민박집과 모텔 등지에 숙소를 마련해 3박 4일의 일정 중 이틀밤을 이곳에서 보내기로 했다.

식사도 숙소 인근 식당에서 20여명씩 나눠 사먹는다.

만리포 해수욕장 앞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김모씨(43)는 "이달 말 해수욕장 개장을 앞두고 있지만 피서객들이 얼마나 찾아줄 지 걱정"이라며 "해수욕장 개장을 앞두고 삼성 직원들이 내려와 도움을 주니 그나마 시름을 조금 덜었다"고 말했다.

봉사활동에 나선 삼성 새내기들의 표정은 차분했다.

특히 이건희 회장이 13년 만에 법정에 서게 된 터라 점심시간 자리를 함께 한 새내기들 사이에서는 삼성특검이나 전략기획실 해체와 같은 '회사 이야기'가 오가기도 했다.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소속 한 신입사원이 "삼성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반감은 잘못된 언론보도 탓이 크다"고 지적하자 이를 듣던 다른 신입사원이 "삼성이 일등이라는 위상에 국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논박하기도 했다.

삼성의 새내기들은 '새로운 삼성'을 다짐했다.

만리포 해수욕장 앞에서 쓰레기를 치우던 삼성SDS 신입사원 김종은씨(28)는 "앞으로 우리가 만드는 더 많은 제품이 세계 1위를 차지할 수 있도록 겸손한 자세로 열심히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안=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