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자동차 4사의 금속노조 지부가 12일 '쇠고기 파업'을 위한 조합원 찬반 투표에 들어가자 이에 반대하는 일반 노조원들의 여론이 노조 게시판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현대차 노조가 지난 10일 조합원들의 의사도 묻지 않은 채 민주노총 정치 파업을 지지하며 두 시간 잔업을 거부한 직후부터 노조 게시판은 정치 파업에 대한 반대 여론으로 들끓기 시작했다.

한 조합원(아이디 반성)은 '현대차가 영원한 봉인가'란 글을 통해 "해마다 정치 파업-생산 차질-고객 이탈 등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왜 노조가 습관처럼 정치 파업에 참여하려는지 모르겠다"고 반발했다.

아이디가 '촌놈'이라고 밝힌 다른 조합원도 "현 노조 집행부는 과연 민주노총을 위한 조직인지,조합원들을 위한 지도부인지 혼란이 간다"며 "20년 연속 크고 작은 정치 파업을 통해 조합원들에게 과연 어떤 이득을 주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이디 소리꾼은 '정치 파업에 서로가 멍들고 피해만 남는다'는 글에서 "작년으로 정치 파업은 끝이 난 것"이라며 "현대차 노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걷잡을 수 없는 현대차 불매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조합원(아이디 강태공)은 "아들 녀석이 TV에서 현대차 노조가 촛불 집회에 참여한다는 소식을 듣고 '왜 회사 사람들이 일하지 않고 촛불 집회에 가느냐'고 물었을 때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면서 "촛불 집회는 자발적 참여로 이뤄진다는데 왜 민노총 정치 파업은 죽기 살기로 참여하려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현대차 조합원들은 이제 노조가 정치 파업의 늪에 휘말리지 말고 회사 측과의 임금 협상에 총 매진해 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윤여철 현대차 사장도 이날 울산 공장에서 열린 금속노조 4차 교섭에서 "노조가 임금교섭이 진행되는 가운데 민노총 정치파업 수순을 밟는다는 것은 그동안 줄곧 주장해 온 원만한 교섭진행 의지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파업 수순 중단을 촉구했다.

윤 사장은 "이번 파업도 결국 현대차와 조합원들만 희생양이 될 것"이라면서 "전 세계 자동차 업계가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파업은 회사와 조합원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전례 없이 확산되고 있는 노조 내부의 정치파업 반대 움직임은 조합원 복지와 사실상 무관한 정치 파업에 대해 조합원 스스로 심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을 뿐 아니라 울산 시민들의 부정적 여론 또한 큰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노조 안팎의 시각이다.

특히 고유가 고물가 등으로 경제가 어려운 때 정치 파업까지 할 경우 자칫 경영이 큰 고비를 맞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한몫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검찰은 지난 10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위한 촛불집회 참석을 위해 두 시간 잔업을 거부한 현대차 지부 관계자에 대해 사법 처리를 검토하고 있다.

울산지검 이정회 공안부장은 12일 "현대차 노조의 잔업 거부는 쟁의 행위의 절차와 목적의 정당성을 모두 결여한 명백한 불법 파업에 해당된다"면서 "파업 주동자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