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진과 유가 급등에 따른 자동차 판매 부진으로 사상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미국 크라이슬러가 인디애나 변속기 공장 일부를 캐나다 부품업체에 임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 보도했다.

임대료가 6000만달러에 불과한 이번 임대 협상이 언론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단순 공장 임대만이 아니라 유휴인력도 함께 파견하는 새로운 방식이기 때문이다.

크라이슬러 입장에서는 인력을 파견하면 무더기 해고 없이 인건비 부담을 덜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설령 공장 문을 닫고 임직원을 해고해도 해고 근로자에 대한 비용 지출이 만만치 않은 게 미국 자동차업계의 현실이다.

캐나다 금속부품업체인 리나마는 크라이슬러 코코모 변속기 공장 부지 중 2만3000㎡를 일부 설비와 함께 임차하는 한편 200여명의 크라이슬러 근로자를 활용할 계획이다.

이들은 크라이슬러 직원 신분을 유지하며 임금의 일부를 리나마 측이 부담한다.

크라이슬러 입장에서는 그만큼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다.

리나마는 크라이슬러에 납품하는 트랜스미션 부품 외에 경쟁사에 공급하는 다양한 부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자동차업계에선 이 같은 계약을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크라이슬러 측은 노조와 갈등을 빚을 수 있는 문제를 협상을 통해 원만히 처리했다고 밝혔다.

밥 나델리 크라이슬러 CEO는 "판매 대수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현금흐름 위주의 경영을 펴야 한다"며 이 같은 임대 모델을 가동률이 떨어지는 공장에 적극 적용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