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정국'에서 청와대는 보이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이 주도권을 틀어쥐고 '리드'해 나가는 모양새다.

집권 초반엔 통상 청와대가 개혁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면서 여당이 보조역할을 하는데 이와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쇠고기 문제가 새 정부의 근간을 뒤흔들 정도로 악화된 데는 무엇보다 청와대의 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지난 6일 대통령 실장과 수석비서관들이 일괄 사표를 제출한 이후 청와대는 사실상 일손을 놓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는 상태다.

한나라당이 정부의 정책까지 '관할'하는 양상이다.

대표적인 게 인적 쇄신 부분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가 13일 내각 인선 등에 대해 "당에 알아봐라"고 할 정도다.

실제 이명박 대통령은 내각 및 청와대 참모 인선과 관련해 한나라당 의원들의 조언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청와대는 인적 쇄신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람만 바꾼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논리가 깔려 있었다.

즉각 한나라당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결국 웬만해선 사람을 자르지 않는 이 대통령도 당의 '전면적이고 대폭적인 인적 쇄신'주장 앞에 뒤로 물러섰다.

내각과 청와대 참모에 정치인 출신들이 대거 거론되는 것은 당의 '파워'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한나라당의 새 지도부는 정책 전반에 대한 당의 '헤게모니'를 확실히 쥐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난 11일 한나라당 주도로 당정협의회를 열어 대운하와 공기업 개혁을 늦추기로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청와대는 철저히 소외됐다.

공기업 개혁 작업을 주도해 온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이 "우리와 조율도 하지 않고 당이 맘대로 했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지만,당장은 한나라당의 기세를 꺾기엔 역부족이다.

최경환 한나라당 수석정조위원장은 "청와대는 입을 다물어야 할 판"이라고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홍준표 원내대표가 당 정책조정위원장을 내각에 중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은 당의 역할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는 뜻이다.

임태희 정책위 의장은 화물연대 파업사태에 대해 차주 컨소시엄을 구성해 화주와 직거래를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하는 등 대책 마련을 주도하고 있다.

정부도 한나라당의 요구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당정은 지난 8일 고위당정협의회를 열어 총 10조원 규모의 세금을 서민들에게 환급해주는 고유가·고물가 민생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한나라당은 기획재정부와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서민에 대한 직접 지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적극 개입했다.정부는 추경을 경기 부양용으로 쓰자고 제안했으나 민생대책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한나라당의 목소리에 묻혔다.

이 같은 당의 독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치인의 속성상 인기영합적이고 대증적인 정책에 무게중심을 둘 가능성이 크다.

장기적 안목에서 경제 체질을 튼튼히 하는 데 소홀해 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청와대가 전열을 재정비한 후 다시 정책 추진의 중심에 서게 되면 당·청 간 갈등이 벌어질 개연성도 다분하다.

홍영식/이준혁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