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쿼드러플 위칭데이(네마녀의날)를 지나며 프로그램 매물 압박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

지난 12일 하루에만 4618억원가량이 소화된 데다 프로그램 매물로 이어질 수 있는 매수차익 잔액이 최근 한달 사이에 2조원 가까이 줄어들어 지난 3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프로그램 매물 폭탄은 없을 것이라며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될 경우엔 오히려 프로그램 매매를 통해 매수세가 유입될 수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프로그램 매물 압박으로 약세를 보였던 대형주와 이번 달 코스피200지수에 신규 편입된 종목들은 수급 사정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프로그램 매매 매수 우위로 전환

13일 프로그램 매매는 1276억원 의 순매수를 보여 코스피지수 상승세를 뒷받침했다.

전날 지수 급락세를 주도했던 것과는 정반대다.

비차익거래는 2883억원 순매도에서 1698억원 순매수로 전환됐고,차익거래는 순매도 규모가 전날 1735억원에서 422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매수차익 잔액도 12일 기준 5조7481억원으로 한 달 전에 비해 2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박문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선물 매도로 이번주에만 전날까지 1조1100억원 이상이 프로그램 매물로 나왔다"며 "4월 이후 들어온 단기 차익 물량이 이 기간에 모두 정리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차익거래가 이날 소폭 순매도를 보였지만 나올 물량은 거의 나온 것으로 보여 앞으로는 차익거래도 매수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수급사정 개선 기대

이에 따라 코스피200지수를 구성하는 대형주와 일부 중형주는 앞으로 수급 사정이 호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코스피200지수가 0.73% 올라 코스피지수 상승률(0.46%)을 앞지른 것은 이 같은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코스피200지수는 프로그램 매물 압박과 외국인 매도 등의 부담으로 하락장에서는 코스피지수보다 더 떨어지고,오를 때에는 적게 오르는 양상을 보여왔다.

수급 사정이 좋아질 경우 이달 코스피200지수에 새로 편입됐던 종목들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는 분석이다.

총 10조원 규모의 차익거래 자금과 인덱스펀드가 수익률 오차를 줄이기 위해 이들 종목을 사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한주성 신영증권 연구원은 "새로 지수에 추가된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편입 비중은 0.4%에 불과하지만 인덱스 펀드가 모두 편입한다고 가정할 경우 400억원 규모의 순매수가 유입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한 연구원은 "인덱스펀드 뿐 아니라 일부 국내 주식형펀드들도 코스피200지수를 벤치마크로 삼고 있어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말했다.

이달부터 코스피200지수에 신규 편입된 종목은 아모레퍼시픽 STX LG패션 한국기술산업 대한제강 후성 케이씨오에너지 대경기계기술 경방 세원셀론텍 한국화인케미칼 유니드 인디에프 비앤지스틸 등 14개 종목이다.

또 에쓰오일 현대건설 대우건설 외환은행 LG화학 등은 지수 반영 비중이 높아졌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