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 국면을 틈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를 중심으로 자사주 매입을 결의하는 기업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 발표와 함께 주가가 반짝 상승한 이후 하락세로 돌아선 경우가 많아 주가 부양엔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스피지수가 올해 고점을 기록했던 지난달 중순부터 현재까지 한 달 동안 삼성물산 코리안리 등 14개사가 잇따라 자사주 매입을 결의했다.

주가가 오름세를 타던 4월 한 달간 자사주 매입을 밝힌 곳이 8개사에 그쳤던 데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상대적으로 기업 규모가 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이 코스닥 상장사에 비해 적극적이다.

지난달 중순 삼성엔지니어링(925억원)과 삼성물산(1332억원)에 이어 한국타이어(207억원) 삼성중공업(838억원) 혜인(11억원) 미래에셋증권(292억원) 코리안리(691억원) 등도 잇따라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코스닥시장에선 파생상품 손실로 주가가 급락한 씨모텍(40억원)과 공모가의 반토막 수준으로 급락한 새내기주 제이씨엔터테인먼트(14억원),신저가 수준까지 떨어진 가온미디어(10억원) 등이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투자자들은 자사주 매입이 주가 하락분을 만회해주길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자사주 매입 발표 당일에는 주가가 반짝 반응하는 듯하다 이내 하락세로 돌아선 경우가 적지 않다.

자사주를 결의한 14개사 가운데 자사주 매입 발표 이후 주가가 오히려 떨어진 곳이 12곳에 달한다.

제이씨엔터테인먼트는 상장 첫날인 지난달 30일 공모가(1만500원)를 하회한 이후 주가가 계속 내리자 지난 4일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지만 오히려 12%가량 더 내렸다.

반면 한국타이어는 지난달 26일 자사주 매입 결의 이후 지금까지 5%가량 상승했다.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최근 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주가가 크게 하락한 대형주들도 자사주 매입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라며 "고점에 비해 낙폭이 크고 현금이 풍부한 다른 대형주들도 자사주 매입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최근 상황과 같이 자사주 매입이 곧바로 주가 상승을 의미하진 않는다"며 "자사주 매입 규모와 시기는 물론 발표 기업에 다른 악재는 없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