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은 대내외 경제 여건의 악화에 대비해 과당경쟁을 자제하고 수익 기반을 넓힐 수 있는 상품 개발과 영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융연구원 구본성 선임연구위원은 1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시중은행 리스크 담당 부행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간담회에서 주제 발표를 통해 "은행권의 경영 성과와 건전성은 현재까지 양호한 수준이지만 고유가와 인플레이션, 경상수지 악화 등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구 연구위원은 은행권의 위험 요인으로 ▲부도업체 증가와 가계의 채무상환 부담 상승, 중소건설업체의 자금사정 악화 ▲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외화유동성 확보 곤란 ▲수신 기반 약화에 따른 은행 수익성 악화를 꼽았다.

그는 "은행들은 증자 또는 충당금의 추가 적립을 통해 경영 위험 요인에 대한 충분한 완충력을 확보하고 대출에 대한 위험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며 "금리 경쟁을 자제하고 수신 영업을 강화해 예대율을 안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직불카드를 활성화해 예금 기반을 확충하고 주택저당증권(MBS)과 부채담보부증권(CDO)의 발행을 확대하는 등 자금 조달 수단을 다양화할 것을 주문했다.

이창용 부위원장은 "미국의 경기침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여파, 고유가 등으로 대내외 경제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은행들은 위험 관리를 강화해 경제 전반의 안전판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위원장은 "최근 은행이 취급하는 `키코' 등 파생상품이 사회적 문제가 된 점을 교훈삼아 소비자 문제에도 더욱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국내 은행의 위험 관리 시스템은 외환위기 이후 많은 진척이 있었지만 여전히 감독규정을 지키기 위한 숫자 관리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대표이사(CEO)의 경영 전략을 지원하는 한 부문으로 인식하고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은행권의 위험관리 능력 제고 차원에서 자산유동화 방식과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과 채권시장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채권을 은행 계정에 그대로 둔 채 이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하는 채권인 '커버드 본드'를 발행할 수 있도록 자산유동화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커버드 본드는 MBS에 비해 유동화 비용이 적게 들어 은행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은행 부행장들은 정부의 각종 규제완화와 바젤Ⅱ 도입,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등 한꺼번에 많은 제도들이 바뀜에 따라 위험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속도조절 혹은 분산 추진을 건의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김호준 기자 kms1234@yna.co.kr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