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인파가 모여든 `6.10 촛불대행진' 이후 향후 촛불집회의 향배를 가늠해볼 수 있는 분기점으로 여겨졌던 13일 집회 주최측은 경찰 예상을 뛰어넘은 규모의 시민들이 집회에 참여하면서 기세를 재확인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이날 보수성향 단체들의 촛불반대 시위에 따른 일부 충돌 양상과 화물연대 파업을 비롯한 일련의 노동계 투쟁에 따른 국가경제 불안, 정부의 쇠고기 추가협상과 향후 민심수습 대책 등이 맞물리면서 촛불집회의 앞날은 여전히 유동적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격화론 = 2002년 미군 장갑차에 깔려 숨진 고(故) 효순ㆍ미선양의 추모제를 겸해 열린 13일 촛불집회에는 최소 1만5천여명(경찰 추산, 주최측 3만여명)이 모여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전면 재협상 등을 촉구했다.

경찰은 당초 약 7천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40여일간 계속된 집회로 시민들이 피로감을 보이고 있는데다 앞선 11일, 12일에는 수백명이 모였다가 일찍 해산하는 등 촛불집회가 소강국면에 들어서는 조짐을 보인 상황이어서 이날은 향후 집회와 시위의 강도를 미리 점쳐볼 수 있는 잣대로 주목을 받았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이날도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집회와 거리시위가 이뤄진 것은 정부의 `추가협상' 방침이 본질을 외면한 미봉책에 불과하고 궁극적인 해결책은 `전면 재협상' 밖에 없다는 점을 재차 확인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일까지 정부가 전면 재협상에 들어가지 않으면 정권퇴진 운동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인 국민대책회의는 이런 기세로 볼 때 정권에 대한 비판과 저항이 더 격화하고 쇠고기 수입 문제에서 벗어나 교육, 대운하, 공기업 민영화 등으로 의제가 다양화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아울러 민주노총이 14일까지 총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 향후 총파업에 돌입할 경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흐름에 조직적으로 가세할 가능성이 높은 점도 촛불집회의 동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추가협상 내용이 알맹이가 없다고 시민들이 판단한다면 촛불시위가 더욱 격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진화론 = 하지만 최근 부쩍 늘어난 보수 성향 단체들의 맞불집회와 마냥 흔들리기만 하는 국정에 대한 상당수 국민의 우려 등 `촛불의 열기'를 식힐 수 있는 변수들도 많은 상태여서 격화론에 제동을 걸고 있다.

보수단체들을 주축으로 "촛불집회 때문에 국가위기가 왔다"는 주장이 본격적으로 제기되는 가운데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시위가 정도를 넘어 사회 불안을 초래하고 있다"거나 "얻을 수 있는 만큼 얻었으니 이제 그만하자"는 우려와 목소리가 촛불집회 초반보다 많이 나오고 있다.

사상 유례없는 유가와 원자재가 상승,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물류 마비 등 사회에 악재가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나 정치권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어 이대로 가다간 자칫 `총체적 난맥'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퍼지고 있다.

아울러 보수성향 단체들과 물리적 충돌이 빈발할 경우 사회분열과 안전을 우려하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그동안 가족, 연인 단위가 주축을 이뤘던 촛불집회 참여자들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도 일각에서 내놓고 있다.

촛불집회 참여자들이 초기 고교생이나 주부, 가족, 자영업자 등 `무정형 그룹'에서 점차 노조와 대학생 및 이익집단 등의 조직적인 참여가 두드러지는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가족단위 참여자들에겐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날 서울시의 가로정비 사업에 반발하는 전국노점상연합회가 무려 8천500여명의 노점상을 집회에 동원한 점이 경찰이 당초 예측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참여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