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11초 통화에 20초 요금 부당"

이통사 "1초기준 유렵 별도요금 받아"

'1초 단위냐,10초 단위냐.'

휴대폰 통신요금을 부과하는 기준을 놓고 감사원과 이동통신업계가 정면충돌했다.

감사원은 최근 소비자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이통사들이 10초 단위로 통화요금을 부과하는 현행 요금 계산 방식을 1초 단위까지 세분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이통사들은 외국 사례를 들며 반발하고 있다.

1초당 과금하는 영국과 프랑스가 1분 단위로 과금하는 미국보다 통신요금이 비싸다는 점을 내세운다.

감사원의 판단은 이동통신시장의 현실을 모른 채 내놓은 일방적 주장이라고 반박한다.

◆1초 단위 과금,소비자 유리

감사원은 과금 단위가 작을수록 소비자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옛 정보통신부)가 1996년 12월 휴대폰 통신요금 부과 단위를 10초로 인가해 준 뒤 10년이 넘도록 이를 변경하지 않아 이에 대한 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행처럼 10초 단위로 소비자에게 요금을 물리면 11초간 통화하더라도 20초 사용 요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통화당 평균 5초의 요금(평균 9~10원)이 더 부과된다는 설명이다.

감사원은 이를 토대로 2006년 한 해 동안 이통사들이 부당하게 거둔 수익만 연간 80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통화시간에 대한 과금 단위를 될 수 있는 한 짧게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초당 과금하는 유럽이 더 비싸

이통사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요금 부과 기준을 예로 들며 감사원 보고서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미국,일본,스페인,호주 등 OECD 회원국 상당수가 국내 기준인 10초보다 더 긴 과금 단위를 사용하고 있으나 이것이 소비자 이익을 해치는 사유로 지적된 적은 없다는 설명이다.

1초 단위로 과금하는 영국과 프랑스가 1분당 과금하는 미국보다 오히려 휴대폰 통신요금이 비싸다는 점도 강조한다.

메릴린치사의 2006년 통계에 따르면 미국 사업자들이 소비자에게 받은 1분당 통화료(구매력지수 반영)는 0.05달러인 반면 영국은 0.16달러, 프랑스와 한국은 0.14달러라는 얘기다.

이통사 관계자는 "요금 수준은 각 국가의 경쟁 상황에 따라 달라질 뿐 과금 기준이 짧고 긴 것과는 무관하다"며 "1초당 과금하는 유럽 사업자 중 상당수는 통화가 성공할 때마다 초당 요금 이외에 별도의 요금을 부과해 도리어 요금이 비싸진다"고 설명했다.

◆자발적 조사 VS 요금인하 압박

감사원의 요금 관련 발표 시기를 둘러싸고도 논란이 제기된다.

방통위의 저소득층 요금 감면 확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이통사 불공정행위 조사에 이어 감사원까지 요금 적정성 논란을 제기하자 정부가 민간 통신요금을 인하하기 위해 전방위 압박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가 예산도 아닌 민간기업들의 요금을 둘러싸고 정부 여러 기관이 동시에 관여하는 게 과연 정상적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7월 시작한 조사 결과 발표가 다소 늦어진 것"이라며 "다른 기관의 행보와는 무관한 발표"라고 의혹을 일축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