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갤러리] 김기택 '산낙지 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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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죽음을 본 일이 없었기에,죽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기에,죽음은 접시 위에서 살아 있을 때보다 더 격렬하게 꿈지럭거렸다.
죽으면 꼼짝 않고 있어야 된다는 걸 몰랐기에 제 힘과 독기를 모두 모아 거친 물굽이처럼 요동쳤다.
(…)
토막 난 다리와 빨판들은 한 마리의 통일된 죽임이기를 포기하고 한 도막 한 도막이 독립된 삶이 되어 접시 밖으로 무작정 나가려 했고,씹는 이빨 틈에 치석처럼 달라붙어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씹을 때마다 용수철처럼 경쾌하게 이빨을 튕겨내는 탄력.(…)
목 없고 눈 없고 손 없는 죽음이 터무니없이 억울할수록 이빨은 더욱 쫄짓쫄깃한 탄력을 받고 있었다.
김기택 '산낙지 먹기'부분
산낙지를 먹는 행위가 이런 것이었나.
산채로 토막내 소금 뿌린 참기름을 찍어 사정없이 씹어 삼키면서 격렬한 꿈틀거림과 용수철 같은 탄력,빨판의 독기어린 흡인력을 즐기는 것이었다니.사람에겐 독특한 맛일지 몰라도 낙지에겐 지옥도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삶을 유지하는 것은 다른 생명의 죽음과 연관이 있다.
음악이 흐르는 레스토랑에서 우아하게 집어드는 스테이크도 따지고 보면 누군가에게 도살당한 소의 사체다.
그윽한 녹차향은 혹한을 이겨내고 피어나는 새순의 미래를 제거한 것에 대한 대가가 아닌가.
그렇다고 삶과 죽음의 이 잔혹한 인과관계에서 벗어날 뾰족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꺼림칙한 채로 먹고 사는 수밖에 없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
죽으면 꼼짝 않고 있어야 된다는 걸 몰랐기에 제 힘과 독기를 모두 모아 거친 물굽이처럼 요동쳤다.
(…)
토막 난 다리와 빨판들은 한 마리의 통일된 죽임이기를 포기하고 한 도막 한 도막이 독립된 삶이 되어 접시 밖으로 무작정 나가려 했고,씹는 이빨 틈에 치석처럼 달라붙어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씹을 때마다 용수철처럼 경쾌하게 이빨을 튕겨내는 탄력.(…)
목 없고 눈 없고 손 없는 죽음이 터무니없이 억울할수록 이빨은 더욱 쫄짓쫄깃한 탄력을 받고 있었다.
김기택 '산낙지 먹기'부분
산낙지를 먹는 행위가 이런 것이었나.
산채로 토막내 소금 뿌린 참기름을 찍어 사정없이 씹어 삼키면서 격렬한 꿈틀거림과 용수철 같은 탄력,빨판의 독기어린 흡인력을 즐기는 것이었다니.사람에겐 독특한 맛일지 몰라도 낙지에겐 지옥도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삶을 유지하는 것은 다른 생명의 죽음과 연관이 있다.
음악이 흐르는 레스토랑에서 우아하게 집어드는 스테이크도 따지고 보면 누군가에게 도살당한 소의 사체다.
그윽한 녹차향은 혹한을 이겨내고 피어나는 새순의 미래를 제거한 것에 대한 대가가 아닌가.
그렇다고 삶과 죽음의 이 잔혹한 인과관계에서 벗어날 뾰족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꺼림칙한 채로 먹고 사는 수밖에 없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