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동북부 이와테현에서 리히터 규모 7.2의 강진이 발생한 14일 아침 일본 정부는 전시(戰時)와 같은 비상태세에 돌입했다.

총리 관저에 대책실이 설치된 건 지진 발생 7분 뒤인 8시50분.곧바로 후쿠다 총리로부터 "피해상황을 파악해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마치무라 관방장관 등 관계 장관들은 관저로 긴급 소집됐다.

지진발생 16분 뒤인 8시59분엔 인근 육상자위대가 항공기와 헬기를 출동시켰다.

다행히 이번 지진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이례적으로 적었다.

15일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는 사망자 9명,실종 11명이다.

지난달 중국 쓰촨성 대지진 때 10만명에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한 것과 대조적이다.

물론 쓰촨성 지진 강도가 8.0으로 더 셌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일본 지진도 2000년 이후 발생한 가장 큰 규모로,500여㎞ 떨어진 도쿄에서도 흔들림이 느껴졌을 정도다.

이렇게 강한 지진에도 불구하고 인명 피해가 적었던 비결은 역시 철저한 사전대비다.

일본은 1990년 이후 주거시설은 진도 7 이상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내진 설계를 의무화했다.

이런 내진 기준을 충족하고 있는 주택은 일본 전체 주택의 75%에 달한다.

이번 지진에도 주택 등 건물 피해는 완파 1채를 포함해 12채에 그쳤을 뿐이다.

산의 절반이 없어지는 산사태가 날 정도의 진동이 있었지만 인명 피해와 직결된 건물 붕괴는 없었다.

일본 정부의 신속한 대응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주효했다.

총리 관저 대책실은 설치되자마자 육ㆍ해ㆍ공 자위대는 물론 경찰청 소방청 국토교통성 등에 총동원 태세를 지시했다.

이날 하루 동안에만 자위대 병력 360명,항공기 23대,차량 90여대가 투입됐다.

후쿠다 총리는 1시간 간격으로 보고를 받으며 상황을 진두 지휘했다.

이런 발빠른 대응은 피해자 구조는 물론 여진으로 인한 추가 피해를 막는 데 효과적이었다.

자연재해로부터 자유로운 나라는 없다.

자연재해는 예고없이 닥친다는 게 특징이다.

평소에 철저히 짜놓은 재해대책과 정부의 민첩한 대응만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다는 상식을 다시 일깨워준 '일본의 지진'이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