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BBK기획입국설과 17대 대통령선거 고소ㆍ고발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한 지난 13일 서초동 검찰기자실.검찰의 종합수사 발표가 끝나고 수사진과 기자들 간에 일문일답이 시작됐다.

질문은 단연 검찰의 사법처리 대상자 선별기준과 기소이유에 쏠렸다.

검찰은 이날 기획입국설과 관련,"실체가 없다"고 했고 고소고발 부문에서는 "김정술 변호사(검찰이 김경준 회유했다),김현미 통합민주당 대변인(영부인이 가지고 다니는 가방은 명품),곽성문(이명박 재산은 1조원)을 불구속기소했다"고 발표했다.

"고소ㆍ고발된 수많은 사람들 중에 이들만 처벌대상이 된 기준이 뭐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검찰 관계자는 "혐의가 있으면 기소했고,아니면 안했다"는 원론적인 대답을 내놨다.

검찰은 좀 멋적었던지 "첫째 사실의 적시여부,둘째 그 사실의 허위여부,셋째 허위라는 점을 인식했는지 여부,넷째 상대방의 낙선의도 유무 등 네 가지 조건이 충족되느냐를 고려해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얼마가지 못해 검찰의 설명은 꼬여갔다.

검찰은 "고소ㆍ고발 사건에서 허위사실 공표는 참 어려운 문제다.

이게 만만치가 않다.

사실의 적시냐 의견의 표현이냐 자기의 평가냐,이것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

두부 자르듯이 딱 잘라 말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조금전 첫째 둘째 운운하며 드러냈던 자신감은 어디에도 없었다.

온 나라를 들쑤셨던 'BBK기획입국설'에 대해서는 "실체가 없다"는 초반 설명과 달리 뒤로 갈수록 애매해졌다.

검찰은 말미에 당시 대통합민주신당(현 통합민주당) 의원 등이 김경준씨를 다방면으로 접촉한 것은 맞다며 은근히 '실체가 없지 않았다'는 냄새를 풍겼다.

BBK사건과 연루된 국회의원 이름을 보도자료 뒤쪽에 써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름이 거명된 의원에게는 '면책특권'을,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에겐 '대선후보'라는 점을 들어 풀어줬다.

한마디로 "냄새는 나지만…" 식이었다.

결국 BBK사건은 '태산명동 서일필'식 사건이 되고 말았다.

검찰의 선거수사 의지가 이렇다면 다음 대통령선거에서 제2의 김경준 사건은 또 발생할 것이다.

김경준만 감옥에서 '꺼이꺼이' 울고 있지 않을까.

이해성 사회부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