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14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선진 8개국(G8) 재무장관 회담의 최대 화두는 고유가와 곡물값 상승에 따른 글로벌 인플레이션 대책이었다.

각국 대표들이 미국의 '강한 달러' 정책을 용인키로 한 것도 결국은 약달러가 유가 상승을 부추기고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고유가 원인에 대한 이견 등으로 뚜렷한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각국이 함께 인플레이션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는 것만으로도 원유시장 투기자금 유입에 제동을 거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고유가 원인이 투기세력 때문만은 아니어서 유가 급등세에 본격적인 제동을 거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인플레가 세계경제 위협"

G8 재무장관들은 14일 회담을 마치고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원자재가격,특히 석유와 식품이 전 세계의 안정적인 성장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며 "세계 경제의 하강 위험이 계속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무장관들은 또 작년부터 시작된 미국 주택시장 침체와 신용경색에 따라 어려움을 겪은 글로벌 금융시장이 최근 들어 개선됐으나 문제는 아직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G8 재무장관들은 고유가나 세계 경제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에 합의하지는 못했다.

공동성명에서 산유국들에 원유 생산량을 늘려줄 것을 촉구하고,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에너지기구(IEA)에 원유 가격과 물가 상승의 금융적인 요인 및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달라고 요구했을 뿐이다.

금리 정책 등에 대한 주요국들의 이해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금리 인상에 대해선 유럽연합(EU)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 반면 경기침체를 우려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은 금리 인상에 적극 동조하지 않았다.

◆달러화 강세 지속 전망

시장 분석가들은 G8 재무장관들이 공동으로 전 세계 인플레이션에 대해 경고한 것은 원유시장에 투기자금 유입을 억제해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유가를 진정시키려는 시도라고 해석했다.

재무장관들이 IMF에 원유가격 상승 원인에 대해 분석해 달라고 요청한 것도 이 같은 의도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코메르츠방크 아시아의 무라마츠 료헤이 애널리스트는 "G8회담 성명은 투기세력들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라고 언급했다.

마츠노 도시히로 SMBC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 같은 공동성명은 정치적인 리스크를 고조시켜 시장 가격결정에 영향을 준다"면서도 "결정적인 대책이 나오진 않아 유가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달러 가치는 당분간 안정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도쿄 다이와증권의 이와시타 마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비록 회담에서 구체적인 환율과 금리 정책에 대한 발언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달러 강세 재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우디 증산 결정

국제유가와 관련,뉴욕타임스(NYT)는 14일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다음 달에 하루 50만배럴가량을 증산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하루 50만배럴은 세계의 석유소비(하루 약 8700만배럴)의 1%에도 못 미치지만,최근 유가 급등세에 제동을 거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50만배럴 증산이 이뤄질 경우 사우디의 원유 생산은 역대 최대인 하루 1000만배럴 수준에 달하게 된다.

사우디의 현재 산유량은 하루 945만배럴로 지난달에 비해 30만배럴 늘어난 상태다.

사우디는 이 밖에도 고유가 대책을 위해 22일 지다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및 미국 중국 영국 인도 등 주요 원유소비국과 회의를 갖기로 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박성완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