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전 세계가 물류대란을 겪는 지금,일본만은 화물파업 무풍지대로 남아 있다.

유가가 올 들어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 섰지만 일본에서는 화물차 업계가 정부나 화주(貨主)들을 향해 '운송료를 올려 달라'고 주장하는 뉴스를 찾아볼 수 없다.

일본의 화물차 업계는 왜 이렇게 얌전(?)할까.

그 배경에는 오른 기름값을 화물 운송료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시장원리와 협상문화가 자리잡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또 석유 소매시장의 경쟁으로 경유 등 기름값이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오른 것도 또 다른 요인이다.

화물차 운송료는 한국과 일본 모두 신고제로 돼 있다.

화물차 업자는 제각각 가격을 신고하고 영업한다.

화주는 시장에서 가격 조건 등을 고려해 업자와 계약을 맺고 서비스를 이용한다.

여기까지는 한국과 일본이 똑같다.

그러나 업자가 유가 상승 등에 따라 가격을 올리려 할 때부터 얘기가 달라진다.

"한국의 경우 화물차 업자가 너무 많아 자율적 가격 인상이 여의치 않다.이런 상황서 일부 화물차 업자가 화주나 정부측에 무리하게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다 보니 파업 사태가 터지는 것이다.

"(김학재 주일대사관 건설교통관) 수요와 공급에 따른 가격 경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 일본과는 근본부터 다르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협상문화도 물류대란을 막는데 큰몫을 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유가 상승에 따른 화물차 업계의 운송료 인상을 화주들이 협상을 통해 어느 정도 받아들인다.

고유가로 인한 비용 증가분의 50~60%는 화주가,나머지는 화물차 업자가 분담하는 식이다.

고통 분담 비율은 기업별로 다르다.

"무조건 못 올려 주겠다"고 버티는 화주도,파업으로 맞서는 업자도 찾아보기 어렵다.

"일본의 기업문화 속에는 상생 협력이 있다.

도요타자동차가 원가 절감에서 나온 추가 이익을 부품업체에 대한 납품 단가 인상으로 공유하듯이 화주들도 화물업계와 '고통 분담'을 할 자세가 돼 있다.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정경학부 교수) 일본 화물차 업계에 화물연대 같은 노조 조직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다.

올 3월 일본 국토교통성이 내놓은 고유가 대책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토교통성은 "유가 상승분을 화물 운송요금에 적정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명문 규정을 신설했다.

강제성 있는 의무규정은 아니지만 정부 차원에서도 유가 상승분이 운송요금에 적정하게 반영되도록 측면 지원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게다가 일본 경유값은 한국보다 훨씬 저렴하다.

일본의 휘발유나 경유값도 최근 많이 오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처럼 국제유가 상승폭이 그대로 국내 기름값에 즉각 반영되지는 않았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