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기업들의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재고 누적 및 원자재 조달 차질로 인해 공장 가동을 멈추는 중소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부산 목포 평택항 등 주요 항만에서 수출입 선적 및 하역 작업이 사실상 중단됨에 따라 본국에서 반제품 및 부품을 공급받는 해외 공장까지 생산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화물연대가 파업에 들어간 13일 이후 사흘간 수출 16억9000만달러,수입 17억8000만달러 등 34억7000만달러의 수출입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비상대책에 휴일 잊은 기업들

현대.기아자동차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완성차 출고율이 50%에 그치자 400명이 넘는 직원들이 지난 14일 밤부터 15일 새벽까지 직접 고객 주문 차량을 몰아 출고센터까지 옮기며 피해 최소화에 나섰다.

공장 내 적재 공간이 한계치에 도달한 데다 납기 지연에 따른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현대.기아차는 또 해외 공장에 공급할 반제품 생산(CKD) 부품과 애프터서비스용 부품 등 수출화물에 대해선 군용트럭 13대를 긴급 지원받아 수송에 나서기도 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물류 마비에 따른 피해가 계속 불어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파업이 빠른 시일 안에 철회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어서 직원들이 직접 팔을 걷고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내수용 출고 차량과 달리 수출 차량은 카캐리어 없이 운송이 어려워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충남 대산산업단지 내 삼성토탈과 LG화학,롯데대산유화 등은 액체 화학제품 수송을 위해 택배 차량을 긴급 동원하기도 했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출고가 중단되고 자체 저장탱크마저 포화상태에 이르자 택배 차량으로 제품 운송에 나선 것.유화업계의 한 관계자는 "택배 차량을 통한 출고는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 뿐 앞으로 가동을 줄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행남자기는 전남 목포공장에서 서울지역 총판으로 올려보내던 하루 20t가량의 내수용 도자기를 소형 용달트럭과 택배 차량으로 물량을 쪼개 공급하고 있다.

◆중소기업 가동 중단 속출

중소기업들의 상황은 훨씬 더 심각하다.

대기업과 달리 대체 수송수단을 구할 여력이 없는 탓에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석고보드 제조업체인 라파즈코리아석고 울산공장은 재고 누적을 견디다 못해 14일 오전부터 생산라인 가동을 멈췄다.

이 회사는 그동안 하루 평균 50∼60대의 화물차를 동원,생산품을 전국 건설현장과 대리점 등에 공급해왔지만 화물연대 울산지부가 11일부터 운행을 거부하면서 출하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포항지역의 중소 철강업체들도 화물연대 파업으로 운송이 어렵게 되자 제품 출하를 줄이거나 공장 가동까지 중단한 상태다.

충남 대산석유화학단지의 식품포장지용 필름 가공회사인 I사 관계자는 "입주 기업들 중에 3일 이상 원료 재고를 갖고 있는 업체가 드물어 단지 전체가 초비상 상태"라고 전했다.

◆해외 공장에도 불똥 튀나

물류 대란으로 인해 해외 공장 가동에도 비상이 걸렸다.

반제품 및 부품 등을 국내에서 공급받아 완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자동차와 전자,철강 등의 해외 공장들이 수출 선적 차질로 인해 앞으로 정상 가동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국내에서 생산한 엔진을 인도 등 해외 공장에 보내 완성차를 만들고 있지만 선적 차질로 비상이 걸렸다.

현대차 해외 공장들은 필요한 엔진의 20% 정도를 한국에서 공급받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사전에 내보낸 물량이 많고 지금도 부분적인 수출이 이뤄지고 있어 아직은 큰 문제가 없지만 이번 주에도 계속 선적이 안 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김수언/이관우 기자 sookim@hankyung.com